지난해 가계 빚은 1천조원을 돌파하면서 빠르게 늘었지만 가계의 은행 저축성 예금 증가율은 6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빚은 토끼 걸음으로 달아나는데 가계의 대표적인 목돈 마련 수단인 저축은 거북이 걸음에 그친 셈이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가계가 은행에 돈을 맡긴 총예금은 501조7천19억원으로 1년전보다 6.6% 증가했지만 이 가운데 저축성예금(459조7천435억원)은 5.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계의 예금 중 목돈 마련 기능이 없는 요구불예금(41조9천584억원)이 20.3%나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가계의 요구불예금 증가율은 지난 2001년(21.3%) 이후 12년만에 가장 높았지만 저축성예금 증가율은 6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계의 저축성예금 증가율은 2008년 12.3%에서 2009년 9.7%를 거쳐 2010년 16.0%까지 상승했으나 2011년 9.4%, 2012년 6.2% 등 작년까지 3년 연속 둔화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가계의 여윳돈이 풍부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시중통화량(M2.평잔) 중 기업 보유분은 2012년보다 13.3% 늘었지만 가계 및 비영리단체 보유분은 5.7% 증가에 그쳤다.
M2는 언제든 융통할 수 있는 현금과 금융자산으로, 현금·결제성예금(M1)을 비롯해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및 부금,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증권, 금전신탁 등을 포함한다.
여기에 저금리 탓에 매력이 떨어진 정기예금 등 저축성 예금에 돈을 넣지 않고 대기성 성격으로 남은 자금이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 예금(310조7천559억원)이나 기타 부문의 예금(197조2천276조원)까지 합친 은행 총예금(1천9조6천854억원)도 2.0%(19조4천123억원) 늘었지만 요구불 예금은 10.4%(10조4천734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저축성예금에서 사실상 목돈 마련기능은 없는 수시입출식 예금을 뺀 순수 저축성 예금은 아예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