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영향력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온 리커창 총리가 오랜만에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5일 오전 9시(현지시간) 중국 최고지도부와 지방별 직능별 대표 2,932명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막을 올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2기 2차회의 개막식 업무보고에서다.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최고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업무보고에서 리 총리는 올해 중국이 추진하게 될 경제, 정치·외교, 사회 등 분야별 정책의 목표들을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뜨거운 현안이 되는 스모그 문제와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이었다.
리 총리는 스모그 문제에 대해 "스모그 날씨의 범위가 확대되고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조방(粗放)형' 성장방식(자본과 노동을 적게 들여 큰 규모의 농장 혹은 공장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대자연의 경고"라며 그동안 중국이 추진해온 무분별한 발전방식을 비판했다.
이어 "강력한 조치를 취해 오염을 퇴치할 것"이라며 "우리는 (과거)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것처럼 오염(스모그)에 대해서도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 역시 최근 베이징의 심각한 스모그 문제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임무는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의 통제"라고 강조하면서 철저한 대기질 개선대책을 지시한 바 있지만, 중국 최고지도부 일원이 스모그에 대해 '전쟁선포'라는 원색적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리 총리는 일본의 과거사 부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한 경고음을 발신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성과와 전후 국제질서를 수호하며 절대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주체를 직접 거명하지만 않았을 뿐 사실상 중국의 최대 정치 무대에서 일본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