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간첩사건 피의자 유우성씨의 동생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직원이 유씨의 동생을 감시하다가 변호인 측의 항의를 받고 퇴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인 신문에서는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이 증인과 동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국정원은 이를 무시하고 유씨 동생과 별도의 독방(영상진술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형사소송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4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는 서울시 간첩사건에 대한 증거보전을 위한 증인신문이 있었다. 이날 증인신문 녹취록은 1심의 유력한 증거로 채택돼 법원에 제출됐다.
증인은 간첩혐의를 받고 있던 유씨의 동생 유가려씨였다. 이날 증인신문은 초반부터 증인신문 방식을 놓고 검사과 변호인단 간에 날카로운 설전이 오갔다.
담당 검사는 동생 유씨에 대해 판사와 검사, 변호사와 떨어진 별도로 마련된 영상진술실에서 진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변호인단은 오빠와 대질신문을 해야 한다면서 공개된 곳으로 나와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오빠를 보면 정신적 평온을 잃어 진술을 바꿀수 있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받아 들여 영상중계에 의한 신문을 진행했다.
화상에 얼굴을 보인 유씨는 검찰이 묻는 질문에 대해 한결같이 "예"라고만 대답하면서 오빠의 간첩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다. 당시 검찰은 100여개의 질문을 했지만 유씨는 망설임없이 모두 '예'라고 답했다.
이후 변호인단이 나서 질문을 하면서 유씨의 답변은 길어졌다. 단순한 '예'라는 대답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설명이 깃들여졌다.
변호인단과 질문과 대답이 오가면서 유씨는 기존의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으며, 자주 울먹이며 대답을 제대로 하지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유씨가 답변을 하면서도 옆을 흘깃보면서 주저하는 모습이 변호인단 눈에 들어왔다. 변호인단은 "용기를 갖고 사실대로 말해라. 두려워할 필요없다"며 유씨를 진정시키면서 '옆에 누가 있는지'를 물었다.
망설이던 끝에 유씨는 '국정원 선생님이 있다'고 대답했고, 변호인단은 크게 반발하며 항의했다. 이미 국정원에 의해 합동신문센터에서 5개월가까이 구금되다시피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증인 옆에 국정원 수사관이 있다면 당연히 자유롭게 답변을 할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이 그곳에 있는 게 맞냐'면서 국정원 직원이 나오도록 했고, 대신 법원 직원이 들어갔다.
변호인단은 "유씨가 나중에 '국정원 수사관이 검찰이 묻는 말에 '예'라고만 답하라고 했다'"며 법정에서도 사실상 강압된 분위기 속에서 진술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국정원 직원이 유씨와 함께 있는 것은 형사소송법과도 배치된다. 형사소송법 제163조 2항에는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이 증인과 동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국정원 직원이 유씨와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석할 수 있는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범위에 대해 대법원규칙은 "피해자의 배우자, 형제자매, 동거인, 가족, 고용주, 그밖에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이런 규정과 달리 유씨는 범죄의 피해자가 아닌 간첩 혐의 '공범' 즉 피의자여서 애초부터 이 규정을 적용할 여지가 적다는 판단이 많다.
검찰과 국정원이 처음부터 별도의 독방(영상진술실)에 유씨를 놓고 신문한 것은 국정원 직원의 감시 속에 증인신문이 이뤄지게 하기 위한 계산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 충분한 상황이다.
유씨는 1시간 30분 가량 국정원 수사관들과 식사를 한후 이뤄진 신문에서는 다시 말을 바꿔 간첩혐의를 시인하는 등 상황에 따라 진술이 오락가락했다.
결국 유씨는 국정원 직원들로부터 폭행 및 회유, 협박을 당해 허위 진술을 했다며 기존 진술을 뒤집었으며, 검찰이 제출한 다른 증거들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져 오빠 유우성씨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