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마나스 미군기지 (연합뉴스)
2월 아프가니스탄을 향해 군용연료를 싣고 날아오른 수송기를 끝으로 마나스 미군기지의 아프간 작전은 막을 내렸다.
마나스는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원코자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 설립한 전략기지다.
존 밀라드 마나스 기지 사령관은 6일(현지시간) 기자들을 만나 "지난달 28일자로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하는 수송임무 및 관련작전을 모두 완료했다"고 밝혔다고 CA 뉴스 등 현지언론은 전했다.
그는 이어 마나스 기지가 문을 연 이후 12년 동안 "총 13만 6천 회의 비행임무를 통해 약 82만t의 군용연료를 아프간으로 수송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26개국에서 온 5천300만 명 이상의 병력이 기지를 거쳐 갔으며 이 가운데 98%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산하 국제안보지원군(ISAF) 소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마나스는 운영 기간에 약 64만t의 군수물자를 4만 2천 회에 걸쳐 수송했으며 역내 37건의 인도적 지원에 4천700만 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나스는 미국의 중동지역 병참기지이자 중앙아시아 전초기지였다. 키르기스 수도 비슈케크 북서쪽 20km에 위치한 마나스는 2001년 12월 기지건설에 착수했다.
12년간 아프간 지역의 주요작전을 후방에서 지원했던 마나스는 작년 6월 키르기스 정부가 폐쇄를 결정하며 오는 7월 미군은 완전히 철수한다.
마나스 폐쇄 결정은 키르기스 정부보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
옛소련권 국가의 경제ㆍ군사통합을 통해 소련의 영화를 되찾으려는 푸틴에게 러시아의 앞마당을 차지한 마나스 미군기지는 눈엣가시였다.
러시아는 이에 2005년부터 키르기스에 다양한 경제ㆍ군사지원을 약속하며 기지 폐쇄를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키르기스 측에 미군철수 이후 기지 주요시설에 물류센터 건설, 공항 재건축 등 금전적 지원을 약속했다.
푸틴은 또 지난해 열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과 그 국민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키르기스에 군사적 지원까지 다짐하며 혹시 모를 변심을 단속했다. 당시 푸틴은 키르기스에 11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주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이러한 러시아의 압박을 좌시하지는 않았다.
마나스 기지 폐쇄 결정이 내려지기 열흘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키르기스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키르기스가 평화롭고 번영한 민주주의 국가가 되도록 노력하는 아탐바예프 대통령을 미국은 지지하고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양국의 관계 회복을 희망했다.
덧붙여 미군이 지난 2001년 말부터 키르기스의 마나스 공군기지를 사용토록 허락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고 "지난 11년간 양국은 기지운용을 통해 서로 믿을 수 있는 동맹국이 됐다"고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미국이 마나스에 공을 들인 이유는 올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대가 아프간에서 철수함에 따라 키르기스가 전략적 요충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푸틴에게 안긴 키르기스의 마음을 오바마는 되돌릴 수 없었다.
아탐바예프 대통령은 오바마의 서한을 받고서 "마나스 미군기지의 2014년 폐쇄는 확실하다"며 "6천만 달러의 임대료 손실은 대안이 마련됐다"고 말해 대미 관계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다급해진 미군은 이후 키르기스 인접국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과 물밑논의를 진행하며 제2의 마나스 물색에 나섰지만, 이를 알아챈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각국에 다양한 지원정책을 제시하며 집안단속에 들어가 결국 이 지역을 떠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