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BBC 방송화면 캡처)
외교적 해결책이 모색되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가 러시아 연방의 일원으로 들어가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에 반발하고 있는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는 6일(현지시간) 비상회의에서 공화국을 러시아와 합병하기로 결의하고,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오는 16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이 결의에는 재적 의원 100명 중 78명이 찬성했다.
회의에서는 또 러시아 지도부에 크림 합병 절차에 착수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결의를 함께 채택했다. 주민투표에서 찬성이 절반을 넘으면 러시아로의 합병이 결정된다.
약 2백만 명에 달하는 크림반도 주민은 러시아계가 58.5%로 다수를 차지하고, 우크라이나계는 24%, 타타르계는 12%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계와 우크라이나계는 같은 슬라브족이지만 갈등을 빚고 있으며, 타타르계는 반러시아 무슬림들이다.
전체의 약 60%가 러시아계인데다 크림반도가 역사적으로도 오랜 기간 러시아에 속해 있던 점 등으로 미루어, 결의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관측된다.
크림 자치공화국은 과도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앙 정부의 지시를 받지 않는 독자 정부와 의회를 구성하고, 현지 사법기관과 군부대 등을 포섭했다.
러시아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크림 의회의 요청을 논의했다고 크렘린궁 대변인이 밝혔으나, 논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 의회는 다음 주에 외국 영토를 합병하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을 심의한다.
하지만, 찬성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러시아가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푸틴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에서 “크림반도 합병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분리주의 운동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푸틴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서방 지도자들과의 대화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통일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줄곧 표명해 왔다.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주권국가의 일부를 합병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문가인 '효율적 정책 펀드' 소장 파블롭스키는 "크림 의회의 귀속 결의와 예상되는 주민투표의 찬성 결과가 러시아에 전술적 우위를 제공하겠지만 러시아가 실제로 합병을 추진할 경우 국제사회의 큰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는 "러시아가 크림을 합병하기 위해 모든 유럽과 대결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미지수"라며 합병 거부 쪽에 무게를 실었다.
러시아는 지난 2008년, 5일 만에 전쟁을 승리로 끝낸 뒤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를 각각 단일 국가로 승인하고도 러시아로 합병하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크림 의회가 내린 결정은 러시아의 군사 위협 때문에 이뤄진 불법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아르세니 야체뉵 과도정부 총리는 "크림반도는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우크라이나 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