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항공 보잉777-200ER기가 지난해 일본 나리타 공항을 이륙하는 모습.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이 대거 탑승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의 추락사고를 둘러싸고 테러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자 촉각을 세운 채 바짝 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과 언론은 추락한 여객기의 탑승자 2명이 도난 신고된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외신 보도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개막 이틀을 앞두고 쿤밍(昆明)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테러 사건 직후 이번에 또다시 악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크게 당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쿤밍 테러 용의자 전부를 체포 사살하고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조직의 깃발을 발견하는 등 위구르족 분리 독립운동세력이 조직적으로 테러를 저질렀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직 중국 당국은 이번 여객기 사고의 발생원인에 대한 말레이시아 당국 등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섣부른 예단을 않고 있다.
리자샹(李家祥) 중국 민항총국장은 9일 양회 기간 기자들과 만나 "말레이시아 항공기 사건을 테러 공격 사건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의 연락두절 원인도 확인되지 않았고 여객기 위치도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신경보(新京報)도 각종 원인을 들며 여객기가 테러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적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여객기의 행선지가 베이징이었던 데다 전체 승객 227명 중 3분의 2인 154명이 중국인이었다는 점에서 테러 시도가 사실이라면 중국인을 겨냥한 게 아니겠느냐는 의혹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날부터 비상체제를 가동하며 긴급 대응에 돌입한 중국 정부는 현재 사고기의 잔해 추적과 구조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항공기 사고에 대해 보고를 받은 직후 각각 긴급지시를 통해 유관 당국에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구조와 자국민 보호 활동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리 총리는 사고 당일인 8일 저녁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중국 정부와 국민은 중국인을 포함한 239명 탑승자들의 안전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면서 가장 시급한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