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과 승무원 239명이 탑승한 말레이시아항공의 여객기가 베트남 남부해역 인근에 추락, 대형 참사가 우려되는 가운데 사고기 기체를 찾기 위한 주변국들의 합동 수색작업이 9일 재개됐다.
또 실종 여객기 탑승자 2명이 도난 여권을 소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테러 등 돌발 상황으로 추락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베트남 남부해역과 말레이시아 영해 중간의 약 1만2천200 ㎢에 달하는 해역에는 이날 아침(현지시간) 주변국들의 항공기와 구조선박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대적인 수색활동이 벌어졌다.
베트남 국방부는 추락 지점으로 추정되는 남부 해역에 항공기 8대와 선박 9척을 파견해 본격적인 수색활동에 나섰다.
말레이시아는 항공기 15대와 구조선 9척을 부근 해역에 보냈고 탑승자의 3분의 2가 자국인인 중국 역시 항공기를 급파,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 해군 역시 일부 항공기와 함정을 사고해역에 보내 수색작업을 지원했고, 싱가포르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도 수색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베트남 당국은 남단 까마우와 토쭈 섬에서 각각 약 150㎞와 190㎞ 떨어진 해상에 떠 있는 기름띠에 주목, 부근 해역을 중심으로 수색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 공군기가 사고 당일인 8일 발견한 이들 기름띠는 길이만 각각 10∼1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측통들은 이들 기름띠가 추락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는 해역에서 발견된 데다 이들 기름띠의 성분 역시 실종 여객기의 연료와 같은 종류라는 점을 들어 이번 사고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이들 기름띠의 성분이 추락 여객기의 연료탱크에서 유출될 수 있는 항공유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실종 여객기 탑승자 2명이 도난 여권을 소지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고기가 테러를 당했을지 모른다는 관측도 머리를 들고 있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외무부는 이날 사고 여객기 탑승자의 여권이 도난 신고된 여권이라고 공개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사고기 탑승자 명단에 올라 있던 자국인 1명이 실제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외무부 관리들은 그가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여권을 도난당한 뒤 분실신고를 냈으며 관련 자료가 인터폴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됐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외무부도 탑승자 명단에 있는 자국인 1명이 무사히 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 역시 2년전 태국 여행 중에 여권을 도난당해 신고했다.
이에 앞서 말레이시아항공 측도 사고기 조종사가 조난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며 실종 직전에 기내에서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관리들도 테러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도 테러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결론적인 말을 하기에는 이르지만 모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흐마드 자우하리 야흐야 말레이시아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조종사가 조난신호를 보냈다는 정황이 없다. 이는 비행기에 긴급한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사고기가 당시 3만5천피트(1만670m)의 안정 고도를 유지, 순항하고 있었다는 점도 기내에서 모종의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의 한 관계자는 실종 여객기가 안정 고도를 유지하고 있던 만큼 항공기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체 이상을 뒷받침할 만한 징후도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항공 계열사 파이어플라이항공의 이그나티우스 옹 CEO는 "이 비행기는 불과 10일 전 안전점검을 받아 정상적인 상태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