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에서 사라진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탑승자 4명이 도난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말레이시아와 미 연방수사국(FBI) 등이 공조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당국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보잉 777-200기와 관련해 테러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며 테러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히샤무딘 말레이시아 교통부 장관은 9일 사고기 탑승자 4명이 도난 여권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현재 미 FBI 등 국제수사기관들이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혐의자 중에는 이탈리아인과 오스트리아인이 태국에서 도난당한 여권을 소지한 2명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히샤무딘 장관은 "혐의자 4명의 명단 모두를 알고 있으며 이는 정보기관에 전달됐다"고 답변했다.
그는 특히 이들 혐의자 외에 전체 승객의 명단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해 테러 가능성에 대한 수사가 본격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비행기가 납치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해당 발언이 나온 이후 허위 서류를 가지고 비행기에 탄 사람이 4명이라고 일부 외신들이 보도했으나, 말레이시아 당국이 '확인된 것은 2명'이라고 해명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당국의 잠정 조사 결과 혐의자 2명은 항공권을 공동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측통들은 이들이 여객기에 탑승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작업을 공모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미 사법당국의 한 관리는 FBI가 승객들의 비행기표 발권 장면이 담긴 쿠알라룸푸르 공항 내부 영상을 분석, 테러단체 조직원들과 대조하는 작업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미국 관리는 쿠알라룸푸르 주재 미국 대사관에 배치된 FBI 요원들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말레이시아의 이번 수사에는 국가안보기관들은 물론 정보기관과 대(對) 테러기관들도 대거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항공 측의 상황 진술도 테러 등 돌발 가능성에 한층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항공사 측은 사고기 조종사가 조난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며 실종 직전에 기내에서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흐마드 자우하리 야흐야 말레이시아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조종사가 조난신호를 보냈다는 정황이 없다. 이는 비행기에 긴급한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전문가들은 3만5천피트(1만670m)의 안정 고도를 유지, 순항하던 여객기가 추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돌발 상황에 주목했다.
영국 항공안전자문기관 플라이트글로벌 어센드의 폴 헤이스 소장은 "항공기가 높은 고도에서 순항중 일 때에는 추락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는) 극히 예외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항공의 한 관계자는 실종 여객기가 안정 고도를 유지하고 있던 만큼 항공기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체 이상을 뒷받침할 만한 징후도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항공 계열사 파이어플라이항공의 이그나티우스 옹 CEO는 "이 비행기는 불과 10일 전 안전점검을 받아 정상적인 상태였다"고 밝혔다.
한편 베트남은 실종 여객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진 베트남 남부 해역 인근에서 일부 기름띠가 발견돼 정밀 수색을 벌였으나 사고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당국은 남단 까마우와 토쭈 섬에서 각각 약 150㎞와 190㎞ 떨어진 해상에 떠 있는 기름띠에 주목, 부근 해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수색을 실시했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당국은 수색 대상 해역도 확대하는 등 수색활동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에는 사고기가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비행항로를 수정한 징후가 발견됐다는 지적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말레이시아 공군은 사고기가 남중국해에서 사라지기에 앞서 쿠알라룸푸르로 회항하려 한 징후를 확인하고 정밀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줄 블랙박스를 인양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