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말만 믿고 명의를 빌려줬을 뿐인데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입니다."
경북 구미·김천에 사는 20대 청년 수십명이 영업실적이 필요하다는 친구의 말만 믿고 명의를 빌려줬다가 휴대전화 기기값과 통신요금 등으로 1억원이 넘는 빚을 졌다고 하소연했다.
구미에 사는 김모(23)씨는 지난해 8월께 고교 동창인 박모(23)씨로부터 "휴대전화 판매업을 하는데 실적을 올려야 하니 명의를 빌려달라"란 연락을 받았다.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신분증 사본 등을 달라는 것이었다.
대신 박씨는 자신이 기기값이나 통신요금 등을 모두 부담하는 만큼 김씨에겐 금전적 손해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몇 달 후 김씨는 휴대전화 요금고지서를 받고서 깜짝 놀랐다.
약속과 달리 1대가 아니라 3대의 휴대전화가 개통돼 있을 뿐만 아니라 박씨가 기기값과 통신요금을 모두 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박씨는 이 휴대전화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겼고 매달 20만원의 소액결제를 한 뒤 현금으로 바꾸기도 했다.
피해자는 김씨뿐만 아니라 박씨의 주변인물 약 50명에 이르렀다.
휴대전화 기기값, 통신요금, 소액결제 요금 등 1인당 피해금액만 300여만원으로 피해액이 모두 1억5천만원에 달할 정도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박씨와 동업자 이모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박씨는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지 않고 중간에 연결만 해준 이른바 브로커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음에도 위조 서명이 된 점, 개통 과정에서 본인 확인 절차가 미흡했던 점을 발견해 이동통신사와 대리점, 판매점측을 상대로 항의했다.
그러나 S.L사 등 이동통신사들은 김씨 등이 스스로 명의를 빌려준 만큼 명의 도용으로 볼 수 없다며 변제를 거부했다.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기기값과 통신요금을 내라며 독촉하고 있을 뿐이다.
한 피해자는 "가짜 서명이 돼 있는 등 사문서가 위조됐음에도 이동통신사들은 사문서위조죄에 대한 판결이 나기 전에는 보상을 못한다고 버틴다"며 "이들 때문에 자칫 신용불량자로 나앉을 형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