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이스트할렘의 아파트 빌딩 폭발·붕괴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이들의 애틋한 사연이 뉴욕 주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뉴욕시 당국은 14일(현지시간) 현재까지 사망자가 최소 8명으로 늘어났다면서 생존자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사고 발생 훨씬 이전부터 가스 냄새가 났고 붕괴된 건물이 오래돼 사고 위험이 있었지만 당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면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잘 살아보려고 미국에 왔는데…"
뉴욕의 데일리뉴스는 8명의 사망자 가족 중 20여년 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세실리오 에르난데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식당에서 일하는 에르난데스는 부인과 함께 미국에 와서 3명의 아이를 얻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으로 왔던 그의 꿈은 지난 12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 빌딩이 폭발로 붕괴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에르난데스는 사고 당일 출근을 했고 4살 딸은 학교에 가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부인인 로사우라 바리오스-바스케스(44)와 딸 로사우라(21)는 빌딩이 붕괴되면서 사망했다. 아들 오스카(15)는 할렘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중태다.
그의 가족은 붕괴된 빌딩에 있던 '스패니시 크리스천 처치'(Spanish Christian Church) 교회에 다녔다.
에르난데스 가족과 친했던 조라이다 리베라(59)는 "열심히 일하는 행복한 가족이었는데 세실리오는 그런 가족을 잃었다"면서 "정말로 어려운 상황이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이스트할렘은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 '스패니시 할렘'(Spanish Harlem)으로도 불린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들 중에도 히스패닉계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빌딩이 붕괴되면서 미국에서 잘 살아 보겠다는 이민자들의 '아메리칸 드림'도 함께 무넌진 것이다.
◇붕괴건물 위험 판정·127년된 주철 가스관…"당국 뭐 했나"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 참사 징후가 포착됐지만 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역 언론은 붕괴된 건물이 100년이 넘었으며 2008년 당국의 안전 검사에서 무너지 빌딩 2채 중 한곳의 외벽에 금이 가 있어 위험하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보수를 했다는 기록은 없다고 전했다.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스 누출이 발생한 가스관이 1887년에 배설돼 127년이나 됐고 부식에 약한 주철로 만들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보도했다.
사고 발생 이전부터 가스 냄새가 났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사고 현장 근처에 사는 엘디아 듀런은 "당국은 이미 문제를 알고 있었다"면서 "뉴욕시는 도대체 무엇을 했냐"고 비난했다.
◇사상자 더 늘어날 수도
뉴욕시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도 생존자 수색과 붕괴 빌딩의 잔해물 제거 작업을 계속했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 상황은 사망자 최소 8명, 부상자 60명 이상, 실종자 최소 5명 등이다.
부상자 중 오스카를 비롯해 2명이 중태여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