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의 미국 2차 특허 소송이 고립된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가 벌이는 소송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이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로포니아 연방북부지법 새너제이 지원에서 열리는 2차 특허소송에서 구글 소속 인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삼성전자[005930]는 히로시 로크하이머 구글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와 다양한 안드로이드 기능의 설계·개발·운영에 대해 증언하도록 할 계획이다.
애플도 이번 소송에서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구글의 개발자가 이번 소송에 사실상 제3의 당사자로 직접 참여해 애플과 맞서고 삼성전자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모양새가 됐다.
실제로 애플이 이번 소송에서 대상으로 삼은 특허는 모두 안드로이드의 기본 기능에 해당하는 것이다.
애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특허는 ▲ 단어 자동 완성('172 특허) ▲ 잠금 해제('721 특허) ▲데이터 태핑('647 특허) ▲ PC-스마트폰 데이터 동기화('414 특허) ▲ 통합 검색('959 특허) 등이다.
애플은 구글의 레퍼런스(기준) 스마트폰인 갤럭시 넥서스도 이들 특허를 침해한 제품으로 지목했다.
레퍼런스 제품은 삼성전자가 별도로 탑재한 소프트웨어 없이 순수하게 구글의 소프트웨어만 탑재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애플이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셈이 된다.
결국 이번 소송은 지난 1차 소송의 '애플 대 삼성'의 구도가 아니라 '구글 대 애플' 또는 '안드로이드 진영 대 애플'의 양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애플은 1차 소송에서 디자인 특허를 무기로 삼성전자를 맹렬히 공격해 일부 승소했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누르고 명실상부한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이에 애플은 2차 소송에서는 실익이 적은 삼성 제품의 디자인이나 기능에 대한 공격보다는 안드로이드 자체 기능을 공략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도 HTC와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진영 업체들에 대한 소송을 시작하면서 제조사가 아니라 실제 안드로이드가 주목표라는 점을 밝힌 적이 있다.
지난 2011년 발간된 월트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전기에는 잡스가 안드로이드 진영 업체들에 대한 고소를 시작하면서 "안드로이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핵전쟁(Thermonuclear war)도 불사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스티브 잡스의 발언은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시작한 특허 소송의 배경이 특허권이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려는 차원이 아니라 경쟁사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애플과 삼성의 이번 소송이 실제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핵전쟁'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2차 소송에서 삼성전자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한 대당 40달러를 요구했다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보인다.
독일의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는 "객관적으로 볼 때 정신이 나갔다(objective insanity)"는 표현까지 써 가며 애플의 과도한 요구를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