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고의적 통신장비 훼손' 후 수시간 비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수색의 초점이 예정 비행경로와 반대인 인도양으로 이동하고 수사방향도 납치 가능성으로 전환되고 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실종 여객기가 통신시스템 작동 중지 후 의도적 회항 움직임 등이 있었다면서 이번 여객기 실종이 납치 등 '고의적' 범행일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또 실종 여객기가 이륙 후 7시간 이상 신호음을 발신한 것이 확인됐다며 여객기가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서 태국 북부를 잇는 북부항로나 인도네시아와 인도양 남부를 연결하는 남부항로 중 한 곳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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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여객기 실종 후 1주일간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중국 등 10여개국이 초점을 맞춰온 남중국해 수색이 중단되고 안다만과 벵골만 등 인도양으로 수색 참여국들의 함정과 선박 등이 속속 집결하는 등 수색이 확대되고 있다.
테러와 항공기 기체 문제 등을 염두에 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해온 말레이시아 당국도 항공기 납치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실종 항공기 조종사들의 집을 수색하고 승무원·승객의 개인 신상 조사를 강화하는 등 수사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 인도양 수색 본격화…성과 기대 '난망' = 16일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주변 14개국이 함정 43척과 항공기 58대를 안다만제도와 벵골만 등 인도양 북부에 파견해 대대적인 사고기 수색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실종 여객기가 이륙 후 7시간 이상 신호를 보낸 사실이 인공위성 자료로 확인돼 수색 범위가 크게 확대됐음에도 최종 위치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수색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나집 총리는 조사관들이 항공기가 이륙 후 최대 8시간 비행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계산하고 있다며 마지막 위성 교신 정보로 볼 때 중앙아시아 쪽 북부항로와 인도양 남쪽 남부항로를 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항공보안 전문가 크리스 예이츠는 북부항로를 택했을 경우 이론상 경로에 있는 국가들에 포착되고 격추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까지 아무 흔적도 드러나지 않은 만큼 사고기가 북부경로를 비행했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열 추적장치가 탑재된 항공기로 안다만제도를 사흘째 수색했으나 잔해를 발견하지 못했고 미국 7함대 소속 구축함 키드와 최첨단 해상 초계기 P-8A 포세이돈으로 벵골만 만쪽 해역과 인도양 북쪽 해역을 수색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또 인도 남부도시 첸나이 항공 당국은 말레이시아 정부 요청으로 지난 8일 이후 벵골만 등 관할구역 내의 모든 항공기 비행 데이터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 경찰, 사고기 조종사들 집 수색 = 여객기 실종이 고의적 범죄 행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말레이시아 경찰이 사고기 조종사들의 집을 수색하는 등 납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말레이시아 당국이 테러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하고 대신 조종사나 탑승객에 의한 납치 쪽으로 수사 방향을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조종사 자하리 아흐마드 샤(53)와 파리크 압둘 하미드(27)의 심리적 상태, 가족생활, 관련 인물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날 경찰관들이 두 조종사의 집을 2시간 정도 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보 관리들도 조종사들이 이번 실종사건의 책임자들이라는 가설에 기대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항공 전문가들도 9·11테러 방식의 항공기 납치나 조종사 자살기도 등 조종사가 사건에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싱가포르경영대 항공전문가 터렌스 판은 "자살기도 가능성이 있다"며 "그 경우 항공기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바다로 추락했을 수 있어 잔해가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 조종사들에 대해서는 의문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하리 기장이 1만8천시간 이상 비행을 기록한 신뢰도가 높은 조종사로 평가받고 있으며 하미드도 2011년 조종성에서 여성과 찍은 사진이 공개돼 논란을 빚었으나 범행 동기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