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중국 등 외국 경쟁당국과의 국제공조를 통해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해운사들의 연합체인 'P3 네트워크'의 출범을 앞두고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가 진행 중인 시점이어서 이들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7일 "국내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외국기업 간 기업결합 신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외국 경쟁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글로벌 M&A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해운, 반도체 등 국내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분야는 국내 경쟁업체와 수요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정밀한 심사를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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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업 간의 M&A라도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가 작년에 심사한 외국 기업 간 기업결합 심사는 93건으로 2009년(30건) 이후 증가하는 추세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국제공조 강화 방침을 밝힌 것은 글로벌 M&A의 경우 시장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우려가 있더라도 개별국의 움직임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국제 M&A 공조심사 매뉴얼'에 따르면 정확한 경쟁상황 분석 및 시정조치 부과를 위해 사안에 따라 정보교환, 경쟁제한성 판단협의, 조치수준 협의 등의 단계별 공조를 할 수 있다.
공조 절차는 단순한 서신교환부터 실무자 간 정보교환, 고위급 미팅, 주요 결정단계 통보 등이 있다. 본격적인 공조에 앞서 기업결합 신고 회사로부터 제출자료의 경쟁당국 간 교환에 동의한다는 '비밀공유 동의서'(waiver)를 받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경쟁당국 간 국제공조 모범관행을 마련해 운영하는 등 대형 글로벌 M&A에 대한 국제공조는 보편화된 추세다.
2010년 철광석 업계 세계 2·3위사인 BHP빌리턴과 리오틴토의 합병 시도에 대해 한·중·일 경쟁당국이 공조를 통해 기업결합을 불허키로 하면서 합병 자체를 무산시킨 사례도 있다.
공정위가 해운업을 특별히 거론하며 글로벌 공조 강화 방침을 밝힌 것은 세계 1∼3위 해운사의 결합체인 P3 네트워크가 출범을 앞둔 시점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P3 네트워크는 세계 1∼3위 해운사인 머스크라인(덴마크), MSC(스위스), CMA CGM(프랑스)이 모인 해운동맹체로, 단순한 선복(화물을 싣는 공간) 공유를 넘어 선박과 연료, 항만까지 공유하는 사실상의 단일 합병체다.
이들 3개 선사는 전 세계 컨테이너 운항선복량의 36.9%(2013년 5월 기준)를 차지하고 있어 연합체 결성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해운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만큼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지난달 4일 P3 네트워크 설립에 대한 기업결합 신고서를 접수하고 국내시장 경쟁저해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독일, 중국의 경쟁당국도 같은 신고를 접수해 심사를 진행 중이다.
국내 해운사들의 모임인 한국선주협회는 지난 3일 P3가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공정위에 제출했으며, 세계화주단체(GSG)와 중국선주협회도 우려의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공정위가 P3 네트워크의 기업결합 건을 지목해 국제공조를 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아니지만, 국제공조 강화 방침과 그동안의 관행에 비춰볼 때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중국 등과 협력를 도모할 개연성이 높다.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과 중국이 기업결합을 불허할 경우 P3 네트워크의 정상적인 출범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P3 네트워크와 같이 심사가 진행 중인 개별 건은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다만 중요 글로벌 기업결합 심사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전례에 비춰 외국 경쟁당국과의 공조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P3 기업결합이 글로벌 해운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해 공정거래법에 따라 심도있게 심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