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크림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주요 인사에 대해 추가 제재를 단행했지만 정재계 실세들이 빠져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가디언 등은 17일(현지시간) 미국과 EU가 제재 대상에서 러시아 정재계 거물들을 제외해 러시아에 미칠 타격이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EU는 17일 크림공화국의 독립선언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사태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 인사들을 대상으로 자산동결과 여행제한 등 2차 제재를 부과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과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도자 11명을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특별제재대상(SDN)에 올려 미국내 자산을 동결하고 여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EO)을 발동했다.
명단에는 푸틴 대통령의 참모나 보좌진 역할을 하는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 전 부총리와 세르게이 글라지예프 고문, 드미트리 로고진 부총리, 국가두마(하원) 지도자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제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내 친러 세력에 경제적 고통을 가하려는 것이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빠진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러시아에서 실권을 쥔 인사들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인물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나 세르게이 이바노프 크렘린 행정실장(비서실장),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 등 정권 실세와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사장,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사장 등 푸틴의 ‘자금줄’이 모두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WP도 서방의 이번 제재가 러시아에 ‘경제적 고통’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며, 푸틴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하려면 그의 반응을 기다리기보다는 실제 경제적 타격을 줄 만한 조치를 한 발 앞서서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디언도 서방의 이번 제재는 ‘이빨이 빠진 것’이라며, 특히 EU의 경우 내부 이견으로 당초 120명 수준이던 제재대상이 21명으로 대폭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서는 러시아인 13명과 크림 공화국 출신자 8명 8명에 대해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제재를 부과했다.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U 소식통들은 “오는 20∼21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추가로 러시아 고위 인사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섭을 지속한다면 국제적으로 고립돼 설 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사람이 경제적 처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