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다시 자국 영토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이 끝나 법적으로는 상·하원의 비준절차만 남은 셈이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에서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크림반도는 '사실상' 러시아가 지배하는 지역이 됐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러시아는 논란은 있겠지만 어쨌든 다시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만들게 된다. 우크라이나가 소비에트연합(소련)의 한 공화국이었던 1954년에 우크라이나 땅이 됐던 것을 기준으로 하면 60년만이다.
미국 등 서방국가와 유엔 등 국제사회가 계속해서 러시아에 압력을 넣고 있지만 푸틴의 강공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 러 "이번 주 내 절차 마무리…내년 1월1일부로 완전 합병"
20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주까지 크림반도 합병에 따르는 각종 법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 밝혔다. 하원인 국가두마는 20일, 상원은 21일 각각 비준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크림공화국이 맺은 조약에 따르면 상·하원의 비준이 끝나면 합병을 위한 법적 절차는 종료된다. 완전 합병은 내년 1월1일 이뤄진다.
전날 우크라이나 해군은 200여 명의 친러시아 자경단 등에 세바스토폴에 위치한 해군 본부를 점령당하면서 사실상 크림반도 영토 사수를 포기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군과 주민 2만5천여명을 우크라이나로 철수시킬 방침이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합병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유엔에 크림반도를 '비무장지대'로 선포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인데다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점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은 낮다.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백기를 든 상황에서 크림공화국은 영토 내 우크라이나 정부 소속 에너지기업 등을 국유화하면서 우크라이나와의 결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도 크림반도 전력 공급 계획을 세우는 등 실효 지배를 위한 조치를 속속 진행하고 있다. 크림반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로부터 85%의 전력을 공급받았다.
◇ 서방 측 "합병 인정 못 해"…일각선 벌써 '사실상' 인정
푸틴의 서명이후 19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임시 회의에서 대부분의 안보리 이사국은 러시아의 합병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특히 서맨사 파워 미국 유엔 대사는 "도둑이 도둑질한다고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러시아를 도둑 취급하면서 한 때 시비가 일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준비 중이다. EU 정상들은 20일 브뤼셀에서 만나 추가 제재안을 확정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사태 해결을 중재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