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 사태를 계기로 남미지역 정치기구인 남미국가연합의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남미국가연합은 이번 회원국 외교장관들로 이루어진 대표단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보내 시위 사태 중재 노력에 나선다.
대표단은 25∼26일 이틀간 카라카스에 머물며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권 인사들을 만나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남미국가연합의 중재 노력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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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권이 시위 확산의 책임을 놓고 서로 한 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남미국가연합이 대화 합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또 베네수엘라 야권이 시위를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인지를 놓고 사실상 분열된 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베네수엘라의 정치 분석가인 에릭 고이코체아는 "야권은 확고한 지도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에 구체적인 협상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한 축을 이루는 엔리케 카프릴레스 미란다 주지사는 남미국가연합의 제의를 받아들여 정부와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야권 강경파는 정부와 대화를 거부한 채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대화 의사를 밝히면서도 폭력 시위를 부추기는 야권과는 타협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미국가연합 대표단이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권 인사들을 만나봐야 별다른 소득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남미국가연합이 역내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나선 것은 파라과이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남미국가연합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함께 지난 2012년 파라과이에서 일어난 대통령 탄핵 사태에 개입했다.
파라과이 의회는 그해 6월 경찰과 빈농의 유혈충돌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도좌파 성향의 페르난도 루고 당시 대통령을 탄핵했다.
메르코수르는 이를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파라과이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켰고 남미국가연합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후 파라과이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오라시오 카르테스는 지난해 8월 수리남에서 개최된 남미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해 메르코수르와 남미국가연합 회원국 자격 회복을 위한 여건을 마련했다.
남미국가연합은 지난 2008년 5월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남미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창설됐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페루, 파라과이, 수리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남미대륙 12개국이 모두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달 초부터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는 생필품 부족과 높은 인플레이션, 치안 불안 등을 비난하며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3명이 숨진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4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450여 명이며, 2천여 명이 체포됐다가 현재 120여 명이 수감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