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다가올수록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 측 후보들의 걱정은 깊어가고 있다. 신당브랜드는커녕 기호2번마저 포기해야하는데다 지역에 따라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 후보가 우후죽순 나서면서 전패의 위기감마저 감돈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재선에 도선하는 민주당 소속 한 구의원은 “‘새정치’가 나를 배신했는데 ‘두고 보자’는 마음이 들지 않겠냐”고 반발심을 감추지 않았다. ‘야권연대는 없다’던 안철수신당과 결합하면서 강한 우군을 얻었지만 통합의 연결고리였던 ‘기초 무공천’이 딸려온 덫이었다. 벌써 동네에는 안철수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까지 내건 예비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후보 난립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구의원은 “선거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했다. 야권 후보만 4~5명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돼 각각 5~10%씩만 득표해도 전액(15% 이상의 득표율 기록) 보전은 어렵다는 관측에서다. “돈을 쓸 수가 없으니 전력투구를 할 수도 없다”면서 하소연했다.
서로가 ‘원조’라고 우기고 상대를 ‘짝퉁’이라고 비난하는 등 제 살 깎기 경쟁도 볼썽사납다고 한다. 야권의 한 예비후보자는 과거 한나라당 현역 국회의원의 참모가 무소속으로 기호8번을 달고 민주당 후보와 맞대결을 펼쳤다 참패했던 전례가 이제는 ‘트라우마’로 다가온다고 했다.
‘한솥밥’을 먹던 구청장들도 진퇴양난이다. 지하철역에서 합동유세를 하더라도 자신은 기호6번을, 인근 지역 구의원 후보들은 7번이나 8번을 등에 달고 뛰어야 하는 상황부터 상상된다고 했다. 한 구청장은 “주민들이 정작 후보들 이름은 물론 기호도 기억 못하고 헷갈리기만 할 것 같다”고 볼멘소리부터 했다.
경기지역의 한 현역 단체장은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해 “축구경기를 하는데 서로 다른 룰로 경기를 뛰는 건 관중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유하면서 “결국 공천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재선에 나선 강원지역의 한 군수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 “한글을 잘 모르는 어르신들도 있는데 시골은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도지사나 도의원들과 연대 역시 안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광역후보들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시의원 출마자들부터 기초선거 출마자들과 상부상조가 잘 될지 걱정이 앞섰다. 밑바닥을 훑는 기초 후보자들이 지원사격을 해줘야 하는데 “손가락으로 V자(기호 2번을 의미)를 같이 그리자고 하기가 멋쩍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게 재선에 나선 한 서울시의원의 말이다.
“고육지책으로 지구당위원장이 특정 기초후보를 위해 연설해주고, 같이 사진을 찍어주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은연중 내천을 언급하면서도 “어느 정도 표를 가진 다른 야권 후보들을 적으로 돌리면 그것 역시 손해”라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북지역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소속 한 구의원은 야권의 무공천과 관련 “가/나 지역구를 새누리당이 모두 석권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전혀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새누리당 구의원 예비후보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유리한 편”이라고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기초선거는 단순히 정당 번호를 찍어달라는 단순한 전략을 쓰는데 2번을 놓치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 측에선 “현장에서는 벌써 내천설이 돌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구의원은 “새누리당 후보들은 경선을 해야 하는데 민주당 구의원들은 현역프리미엄을 갖거나 내천을 통해 정치신인들이 나설 길을 아예 차단해버렸다”면서 “이미 구청장이나 시의원들에 줄을 서서 지원을 약속받거나 다른 후보들과 물밑거래로 밀어주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유력정치인과 사진을 찍는 유치한 수준은 아닌(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 간접지원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후보 난립과 검증 문제 등 해결을 위해 토론회를 열거나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검증을 맡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초의회 비례대표에 대해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 국회의원은 의원총회 도중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신당 창당 뒤 입장선회를 요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