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로 대표되는 공인인증서를 언급하면서 금융분야 규제가 개혁의 제1순위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 수장이 교체될 때마다 취임일성은 '금융규제 해제'였다는 점에서 금융규제가 대폭적으로 완화될지는 이번에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금융규제 해제가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는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지난 2008년 전광우 당시 금융위원장은 대통령 업무보고서에서 "금융규제 완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비명시적 규제에 대한 정비를 최우선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신제윤 현 금융위원장 역시 올들어 금융권 CEO와 간담회에서 "명시된 규제 뿐 아니라 금융현장에 숨어있는 숨어있는 규제를 걸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규제의 정당성을 설파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조차도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수장의 이같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금융규제는 오히려 늘었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규제 건수는 953건이었으나 2010년에는 1,016건, 2011년에는 1,039건, 2012년 1,077건에 이어 현재는 1,138건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금융분야 규제완화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금융산업이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기 때문이다. 금융사 설립이나 신규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각종 인허가가 필요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금융산업 자체가 규제산업이다 보니 규제의 숫자를 줄이고 질을 높이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금융규제가 쉽지 않은 이유는 규제와 소비자보호가 동전의 양면 관계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규제를 완화할 경우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사의 건전성 규제이다. 금융당국의 핵심적 규제인 금융사 건전성에 대해 일부 금융사들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금융사가 부실화될 경우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저축은행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05년 서민금융 활성화를 이유로 저축은행의 대출제한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저축은행은 서민금융 대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에 집중했고, 부동산 경기가 꺼지자 저축은행은 연쇄붕괴했다. 저축은행 예금자들 일부는 평생 모은 돈을 날렸다.
지난 2003년 불어닥친 '카드대란' 사태 역시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신용카드사 규제를 완화한 결과였다. 카드사가 바라던대로 '길거리 모집'을 허용하고 카드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높인 결과 LG카드가 무너지고 신용불량자가 속출했다.
저축은행 사태와 카드대란 사태는 금융규제 완화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도 자본 건정성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