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청와대의 풍경.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청와대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55) 여인의 아들인 채모(12) 군에 대해 "혼외자식임을 깨끗이 인정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채 전 총장이 이를 거부하자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검찰이 개인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25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올초 검찰 관계자가 채 전 총장을 만나 채 군에 대해 "혼외자식임을 인정하는 게 좋겠다"고 요구했다.
이에 채 전 총장은 "그게 대검의 뜻이냐"고 묻자 "검찰총장보다 '윗선'에서 요구한 것"이라며 사실상 청와대를 지목했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배후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미 지난해 9월 혼외아들 의혹 보도와 이에 따른 법무부 감찰로 채 전 총장은 낙마한 뒤였지만, 청와대는 채 전 총장에 대한 경질을 정당화하기 위해 혼외아들임을 인정하라고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채 전 총장은 이에 대해 "가족문제도 있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총장이 거부의사를 밝힌 이후 검찰은 채 전 총장 주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내려보낸 사건이다.
청와대도 24일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뒷조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해 6월 하순경 당시 채 총장의 처를 자칭하는 여성(임 씨)과 관련된 비리 첩보를 입수한 뒤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과 관련 비서관실을 통해 관련자 인적사항 등을 확인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그러나 애초 임 씨의 개인비리 혐의를 밝히겠다는 수사는 갈수록 채 전 총장을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다.
검찰은 임 씨의 변호사법 위반(사건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 '가정부'에 대한 공갈협박(채 군과 채 전 총장간의 관계를 발설하지 말라고 협박) 등에 대한 수사를 벌였지만, 지금은 채 전 총장 동창인 전 삼성 계열사 임원 이모(56) 씨로부터 채 군의 통장에 2억원이 흘러간 단서를 잡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측은 이 씨가 19억원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이 씨가 채 전 총장의 요구로 거액의 돈을 준 것으로 보고 채 전 총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또 임 씨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채 전 총장이 관련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에 대해 채 전 총장 측은 "임 씨와 이 씨 간에는 원래 금전적 거래가 많았으며, 이는 채 전 총장과는 전혀 무관한 사항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채 군과 임 씨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데 민정수석실 뿐 아니라 고용복지수석실 등 다른 3개의 비서관실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채 전 총장의 개인비리 수사에 대한 검찰 안팎의 압력도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젠 개인비리 수사가 멈출수 없는 형국이 됐다. 지금은 끝까지 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NEWS:right}
반면 채 군과 임 씨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외에 고용복지수석실 등 다른 비서관실 3곳이 연루된 정황이 나왔지만 수사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 전 총장에 대한 비리수사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