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정계가 주 상원의원이자 주정부 국무장관 물망에도 오르는 '거물' 정치인이 무기 밀매를 비롯한 갖은 범죄를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나 발칵 뒤집혔다.
27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등 지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릴랜드 이(65)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을 국제 무기 밀매, 돈세탁,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
FBI는 샌프란시스코 일대 지역 사법 기관과 합동으로 범죄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펼치면서 이 상원의원 사무실을 급습, 전격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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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이 등 뒤로 수갑을 찬 채 연행되는 모습은 언론에 공개됐다. 이 상원의원은 5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일단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
법원은 보석 조건으로 국외로 도주하지 못하도록 여권을 압수했다.
중국에서 3살 때 이민 온 중국계 이 상원의원은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버클리)를 졸업한 아동 심리 전문가로 샌프란시스코 교육위원,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을 거쳐 2006년부터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으로 일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경제에 막강한 입지를 지닌 차이나타운의 지원을 업은 그는 차기 캘리포니아주 국무장관으로 유력하게 물망에 오른 거물급 지역 정치인이라서 FBI의 전격 체포와 기소 내용에 지역 정계는 경악했다.
이 의원은 2011년 범죄 첩보를 입수한 FBI의 함정 수사에 걸려들었다.
샌프란시스코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거액의 선거 빚을 진 그는 무기 밀수를 원하는 범죄자로 신분을 가장하고 접근한 FBI 요원에게 무기 밀수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분리 독립을 꾀하는 이슬람 반군에게 250만 달러 어치의 탄환과 견착식 미사일 등 무기를 사들일 수 있다고 구체적인 구매처와 구매 방식까지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기 밀수를 중개해주는 대가로 40만 달러의 현찰이나 선거 자금 지원을 요구했다.
FBI 요원은 이 의원의 주선으로 무기 밀매 업자를 샌프란시스코의 식당에서 실제로 만나기도 했다.
또 이 의원은 대마초 거래 합법화를 주 정부가 검토하게 해달라며 대마초 관련 사업자로 가장한 FBI 요원에게 10만 달러를 뇌물로 받았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그가 이 FBI 요원에게 2만1천 달러를 받고 동료 의원을 소개해 준 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의원 선거 자금 총책인 선거 상담사 케이스 잭슨도 돈을 받고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FBI에 체포됐다.
이 의원은 또 같은 날 FBI의 검거 작전에서 체포된 중국계 국제 범죄 조직 '삼합회' 고위 간부인 레이먼드 초우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악명 높은 갱단 두목인 초우는 장물과 밀수품 거래, 그리고 돈세탁 등의 혐의로 수배를 받아온 인물이다.
FBI는 초우의 범죄 행각에 이 의원이 깊숙이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FBI는 이 기회에 샌프란시스코 지역 정계와 차이나타운 사이에서 어떤 뒷거래가 있었는지도 파헤칠 계획이라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지역 정계는 이 의원이 총기 규제와 선거 자금 투명 공개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인물이라서 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장 대럴 스타인버그는 "시민과 상원의원 37명을 대신해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면서 "동료 의원들에게 누가 되지 말고 떠나라"고 이 의원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캘리포니아 민주당이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