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한마디로 노동착취 수준이다", "처리해야 할 조사업무가 워낙 많아서 집에서도 쉴 틈이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북지원 소속 기간제 조사원인 김기화(41·가명) 씨는 거의 매일 파김치가 된 몸으로 퇴근해 집에 돌아온다.
하지만 김 씨는 서둘러 저녁식사를 끝내고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낮에 처리하지 못했던 '밭농업 직불제' 사업신청 현황을 전산 입력하느라 가족과 이야기할 틈조차 없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하루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비단 김 씨뿐 아니라 요즘 농관원 소속 주부 조사원들의 하루 스케줄은 이처럼 빡빡하게 돌아간다.
그러나 이들이 밤늦게까지 일을 해서 받는 봉급은 초과근무수당까지 포함해 한 달에 140만원 남짓하다.
명색은 정부 조사원이지만 동네 아르바이트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노동착취'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 농업 경영체 조사원 946명…전국 115만 농가 담당농관원 소속 경영체 조사원은 모두 946명으로 무기계약직이 47%인 447명이고, 나머지는 1년 단위의 기간제 직원들이다.
이들은 전국 115만 농가의 소득과 가족구성, 재배작물 현황 등 농업정보 통계를 조사한다.
또, 밭농업 직불제 수급 대상인 전국 22만 농가에 대한 사업신청서 전산입력과 현장 조사, 농업경영체 정보 처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직불제 관리 업무의 경우 조사원 1명이 230여개 농가를 맡고 있다.
이들은 동계 작물에 대한 경작 실태를 현장 조사해 4월15일까지 보고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밭농업 직불제 신청서류를 6월15일까지 컴퓨터에 전산처리해야 한다.
이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또다시 밭농사 현장을 방문해 직불제 이행점검을 벌여야 한다.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짜기의 밭까지 일일이 조사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낮에는 현장에서, 밤에는 집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할당된 업무를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씨는 "지난 2월부터 밤 9시 이전에 퇴근해 본 기억이 별로 없다"며 "퇴근해 집에 가서도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하는 그야말로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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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보다 적은 봉급…정부가 '노동착취'기재부가 올해 농관원에 배정한 경영체 조사원 인건비는 모든 수당과 4대 보험료, 퇴직금까지 포함해 143억 원이다. 1인당 평균 1,511만원 수준이다.
경영체 조사원들이 하루 8시간 일을 해서 받는 일당은 무기계약직이 5만원, 기간제 직원은 4만8천 원이다. 무기계약직의 경우 1시간에 6,250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당을 받지 못하는 재택근무 시간까지 감안하면, 이들 조사원들의 시급은 5천원 이하로 떨어진다는 게 조사원들의 주장이다.
올해 국가 최저임금인 시간당 5,210원 보다도 적다는 얘기이다.
조사원 이주화(가명·농관원 충남지원) 씨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 두고 싶어도 가정 형편상 그만 둘 수 없는 처지"라며 "정부가 경력단절 여성들에 대한 일자리 제공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관원 관계자는 "2월부터 일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업무 부하가 걸렸다"며 "정부의 예산이 워낙 적다보니 인력을 충원할 수 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농업 관련 조사업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인력이 없다 보니, 지난해의 경우 현장 실사 이행점검이 50%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직불금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