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금융위기설이 한국시장을 떠돈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거다.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금 한국이 경계해야 할 건 중국발發 금융위기가 아니다. 중국 전통제조업의 구조조정 후폭풍이 얼마나 무서운 리스크를 동반할지 체크해야 한다.
위안화 환율하락을 시작으로 '수출 감소', '회사채 부도'가 잇따르자 중국경제 위기론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당사자인 중국은 무덤덤하다. 위기가 왔다면 경제학 박사 출신인 리커창 중국 총리는 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을까.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 결과 나온 중국정부의 정책을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상하 1%에서 2%로 확대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철강·화학·시멘트·유리·태양광 등 19개 산업의 공급과잉설비를 올해 말까지 폐기하도록 했다.
수출 증가율 목표는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같은 수준인 7.5% 내외로 정했다. 향후 2년 내에 예금금리를 자유화해 금리자유화도 완성하기로 했다. 부동산 분야에선 올해 전년에 비해 50만채 늘어난 750만채의 서민주택건설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 결과 환율 1% 절하는 중국의 환율 변동폭 확대를 시험한 것이고, 2월의 수출 감소는 춘절효과와 2013년의 수출 실적 부풀리기의 기저효과 때문이다. 중국정부가 GDP와 같은 수준의 수출목표를 세웠다는 건 더 이상 수출을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쓰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수출 감소에도 별다른 수출 진흥책이 없는 것이다.
회사채 연쇄부도를 낸 회사는 구조조정 대상 업종인 태양광발전관련 민영기업이다. 두 회사 모두 2년 이상 적자가 나서 특별 관리를 받는 S.T(Special Treatment) 종목이다. 관리대상 종목이 발행한 2개의 회사채부도를 금융시장 위기의 전조로 보는 언론의 시각은 다소 과한 부분이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금융위기를 그림자금융과 연결해 얘기하는데 중국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대략 35조 위안선이다. GDP 대비 그림자금융의 비중은 영국 480%, 캐나다와 미국 160%, 한국은 100%를 넘는다. 반면 중국은 61%선에 그치고 있다. 중국의 그림자금융 문제는 중국이 통제가능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2007년 미국에서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일이 중국에서 발생할 거라는 예측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없다. 미국의 부동산 버블은 자기 돈의 30~6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차입)를 걸어 부동산 상품을 서로 사고팔았는데 가격이 30분의 1에서 60분의 1 이상 떨어져 원금이 날아간 것이다.
중국은행들은 예금한 돈의 75%내에서만 대출을 하고, 부동산 파생상품 자체가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의 예금지급 불능사태가 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중국의 집값은 매년 1000만채의 집을 지어도 실수요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어서 올라간다.
중국 산업을 분야별로 보면 전통산업은 '과잉설비 축소', IT를 중심으로 하는 신성장 소비산업은 '육성', 금융산업은 '내부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총 수출의 30%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금융위기보다는 19개 전통제조업의 구조조정이 더 무서운 상황이다. 한국의 수출 호조는 이들 전통산업에 대한 중간재수출이었는데 이젠 그 중간재 수출 호황이 끝난 것이다. 한국이 중국 금융위기설에 휘둘리기보다는 구조조정 후에 등장할 경쟁상대에 어떻게 대응할까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