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주요 시설이 친러 무장 세력에 의해 잇따라 장악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동부 지역 주요 시설을 점거한 친러 시위대에 14일(현지시간) 오전 9시까지 철수하지 않으면 군을 동원해 진압하겠다고 경고했으나 시위대는 오히려 점거 건물을 늘리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AP통신과 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무장시위대는 현재 동부 도네츠크주(州)의 10여개 지역에서 관청 건물을 점거했고, 북부 슬라뱐스크에서는 경찰청에 이어 비행장도 장악했다.
슬라뱐스크 시위대는 공식적으로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푸틴 대통령이 개입해달라는 다수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으며 대통령이 큰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무력진압을 경고하면서도 연방제 여부 등을 묻는 전국적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며 유화책을 제시했지만 시위대는 동부 지역에 한정한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군사적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 전투기 수호이(Su)-24가 지난 12일 흑해에 배치된 미 전함 도널드쿡 주변을 고속으로 저공비행했다”면서 “이런 도발은 양국 군 사이에 체결된 협정과 국제 협약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EU는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확대를 결의했으며 미국도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지금까지 러시아 인사 33명에 대한 여행금지와 자산동결 제재를 가했던 EU는 제재 대상을 늘리는 한편 러시아가 추가 행보를 보일 경우 무역 및 금융 제재에 나서겠다고 압박했다.
EU의 경제 제재 착수 여부는 17일로 예정된 러시아-미국-유럽연합(EU)-우크라이나간 4자회담의 성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4자회담에서 실질적인 사안들을 논의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으며 정치적 해결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필요하면 다음 주에 유럽 정상회담을 열어 새로운 제재안을 채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14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4자회담에서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합의했다”고 크렘린궁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유혈사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친러 시위대에 대한 개입을 중단하지 않으면 치러야할 대가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고,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의 병력도 철군하라”고 촉구했다고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권력 분권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이미 진정한 제의를 한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