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해상 부근 대형 해상 크레인이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인양 작업은 규모와 기술 면에서 국내 해양사고 수습의 최고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는 국내에서 운항 중인 여객선 가운데 최대인 6천825t급이다. 2010년 침몰한 천안함(1천200t급)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무겁다.
이번 작업에는 대형 해상 크레인 4대와 플로팅 독 1대 등 세계 최고의 선박 건조능력을 갖춘 국내 조선소의 장비와 구난업체 등 전문인력이 대거 투입된다.
선박 전문가들은 시야가 20㎝ 정도에 불과한 수중에서 다이버가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조류를 이겨내는 것을 인양 성공의 관건으로 꼽는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점의 수심은 37m다. 설상가상으로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세다.
이번 인양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1차 작업은 세월호의 위치를 바로잡는 것이다.
세월호는 왼쪽으로 기울다가 180도 가까이 뒤집힌 채 침몰했다.
해상 크레인 4대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춰 선체를 인양하려면 선체의 바닥 부분이 안정돼야 한다.
인양팀은 수중에서 선박에 구멍을 뚫어 무게중심을 바꾸는 방식으로 위치를 바로잡는 등 선체를 안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선체의 어느 지점에 체인을 연결할지 정하고, 다이버들이 해당 지점을 받쳐 줄 체인을 연결한다.
세월호의 길이는 145.6m. 최소 10개 정도 지점에 체인이 설치돼야 선체를 지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체인의 무게만 수백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사고 발생 사흘째 오전이 지나도록 선체에 진입을 못 할 정도로 조류가 강하다. 사전 준비 작업에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체인 작업이 마무리되면 3천600t급 옥포 3600호와 삼성 2호, 2천t급 설악호, 1천200t급 살코 등 해상 크레인 4대가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해상 크레인들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서로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애써 들어올린 선체가 다시 침몰할 수 있고 해상 크레인이 붕괴할 수도 있다.
체인을 와이어로 연결한 해상 크레인은 세월호를 수직으로 인양하게 되는데 이때 선체는 수면 위로 12m 이상, 수중에 잠긴 부분은 10m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바다 위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장비인 플로팅 독(Floating Dock) 위에 세월호를 얹어 이동하기 위해서다.
플로팅 독은 현대삼호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플로팅 독 속에 물을 채우면 가라앉고 물을 빼면 떠오른다. 육상에서 만든 선박 블록을 이곳으로 가져와서 조립하고 나서 플로팅 독을 가라앉히면 선박을 물에 띄울 수 있다.
세월호는 선박 블록처럼 플로팅 독으로 옮겨지게 된다. 2010년 천안함 인양 때도 이 방식이 사용됐다.
이 과정 역시 만만치 않다. 해상 크레인이 세월호를 인양, 플로팅 독으로 옮기는 동안 닻이 플로팅 독의 모서리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조류와 바람 등 기상 조건이 변수다. 플로팅 독의 이동 오차는 5m 이내여야 한다.
천안함 인양 때 현장을 지휘한 서용완(52) 대우조선해양 선거그룹 전문위원은 "천안함 인양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물살, 수심, 시야 등 모든 조건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침몰한 선박을 인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암초가 아닌 수중에 있는 구조물은 선박 운항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
선박 침몰의 결정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고 선박을 인양한다는 것은 구조되지 못한 승객들의 생환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는 큰 상처다.
통상적으로 인양을 결정했다는 것은 인명구조를 마쳤거나 이를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