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부두에 정박해 있는 연안여객선들(안서우 인턴기자)
세월호가 침몰한지 24일로 9일째가 됐지만 실종자가 몇 명인지도 모른 채 실종자를 찾고 있다.
정확하지 않은 탑승자 인원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배들은 변한 게 있을까?
지난 22일 아침 인천여객터미널. 청해진해운이 담당해왔던 백령도행 여객선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이를 알지 못하고 나온 승객들과 직원들 간에 막말이 오갔다.
이 같은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뒤로 하고 인천 연안의 여러 섬으로 가려는 승객들로 터미널은 북적였다.
기자 역시 1만 3200원을 주고 덕적도행 보딩패스, 즉 승선권을 샀다.
승선권에는 규정상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반드시 적어야 하지만 규정대로 정확히 적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직원은 본인 확인을 하지도 않았다.
해난사고 때 승선자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20년전 도입된 ‘여객선 승선정원 관리제도’ 시행이 세월호 사고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었다.
본인 확인이 안되면 비행기를 탈 수 없는 것과는 딴판이다.
제도를 잘 따르지 않는 승객도 문제지만 이를 방치하고 있는 선사와 해양수산부도 문제다.
덕적도행 여객선 선실로 들어가니 벽에 걸린 TV에서 세월호 참사를 중계하는 뉴스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다. 승객들은 방바닥에 누운 채로 무덤덤하게 TV를 보고 있었다.
승무원의 도움으로 구명장비 위치를 확인했다.
해양수산부 고시(64조)에 따르면 내항선인 이 배는 구명정(라이프보트) 또는 구명뗏목(라이프래프트)을 비치해야 한다.
인천-덕적도 항로를 오가는 연안여객선내에 구비된 '구명매트'(안서우 인턴기자)
또 IMO(국제해사기구) 규정에 따라 이들 구명장비를 배 양쪽에 둬야 한다. 그런데 이 배는 구명정도 구명뗏목도 아닌 구명매트라는 걸 싣고 있었다.
굳이 구명매트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구명뗏목으로 불리기에 민망할 정도로 허접하기 때문이다.
승무원은 구명매트가 실려있는 높은 곳을 가리키며 “선원들이 가서 던져야 되는 물건이다. 정렬이 돼 있어서 던지기는 쉽게 되어있다. 그냥 꺼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상시에 그 곳까지 어떻게 접근할지, 승객들은 그 물건이 그 곳에 실려있는 걸 알기나 할지 의문스러웠다.
배에는 6명의 승무원이 동승했지만 탑승후 2시간 30분만에 목적지인 덕적도에 내릴 때까지 누구도 승객들에게 비상시 대응 요령 등에 대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다.
선내 안내방송이라곤 그나마 들리지도 않는 목적지 등에 대한 소개가 전부였다.
또 배 3층 선실에 붙은 ‘비상탈출구’ 표시를 따라가 보니 2층 계단에 이어 1층 배 뒤편 화물칸으로 안내돼 있었다. 화물이 가득실린 화물칸이 탈출 장소가 될 수 있을지 의아했다.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비통에 잠겨있지만 연안여객선은 이후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는 듯했다.
덕적도에서 만난 주민 강응석씨는 달라진 게 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덕적도를 오가는 여객선 승객숫자가 절반 정도 줄어든 게 변했다는 것이다.
택시를 운전하는 그가 뱃사람이나 알았던 ‘복원력’이라는 말을 구사하는 것 역시 변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