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고용주에게 극심한 학대를 당한 사실을 고발해 이주노동자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가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다.
인도네시아 언론과 외신은 26일 타임의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지난해 홍콩에서 폭행과 고문 등으로 중상을 입은 가사노동자 에르위아나 술리스티야닝시(23)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타임은 에르위아나가 자신을 학대한 고용주를 용기 있게 고발하고 지금도 인권 침해 위협 속에서 일하는 홍콩의 많은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홍콩의 한 가정에 가사노동자로 파견된 에르위아나는 8개월간 계속된 고용주의 폭행과 고문 등으로 이가 부러지고 온몸에 타박상을 입는 등 중상을 입은 채 지난 1월 귀국해 충격을 줬다.
그는 이후 홍콩 내 가사노동자들이 겪는 정신적, 신체적 학대 등 인권침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려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고용주인 홍콩 여성(44)은 그에게 '심각한 신체적 위해'를 가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국제앰네스티(AI) 등 인권단체들은 홍콩과 인도네시아에 이주노동자 인권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홍콩에는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30여만 명에 이르며 절반이 인도네시아 여성으로 알려졌다. 국제앰네스티(AI)는 지난해 11월 홍콩 내 인도네시아 여성 가사노동자 수천 명이 착취와 가혹행위 등으로 '노예'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에르위아나는 선정 소식에 기쁘다면서 "전 세계 이주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내가 겪은 일을 이주노동자가 다시 겪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