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가 기울어 기어가게 되더라도 초속 0.4m 정도는 이동할 수 있어
- 선원 뿐 아니라 해경이라도 빨리 탈출하라고 말했다면 많은 사람 구했을 것
- 구조 변경 때문에 쉽게 탈출할 수 있는 왼쪽 계단을 못 찾았을 가능성도 있어
- 해경, 훈련 안 된 상황에서 본능적인 공포감 때문에 적절한 조치 못 취한 듯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5월 12일 (월)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박형주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정관용>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에 해경이 바로 선내에 진입했다면 탑승객 전원을 구조할 수도 있었다. 지금 이 사건 수사 중인 검찰이 밝힌 내용입니다. 정말 그랬다면 이 해경 이번 참사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고, 또 책임도 져야 하겠죠. 전문가 의견 들어봅니다. 가천대 소방방재공학과 박형주 교수. 박 교수님, 안녕하세요.
◆ 박형주> 안녕하세요?
◇ 정관용> 검찰은 어떤 조사를 통해서 이런 의견과 결론을 내린 겁니까?
◆ 박형주> 우선은 해경이 도착했을 때가 9시 35분경이니까요. 배가 넘어지는 시간이 50분이지 않았겠습니까? 그 정도는 충분히 들어가서 외부를 탈출만 시켰다면 전부는 나와 있을 것으로 시간상 충분하다고 저는 봅니다.
◇ 정관용> 그런데 배가 한 45도, 60도 점점 기울었잖아요.
◆ 박형주> 네.
◇ 정관용> 그런 상태에서도 한 50분가량이면 300명가량이 다 나올 수 있습니까?
◆ 박형주> 그렇습니다. 저희가 보통은 일반적으로 배를 걸어가는 시간이, 속도가 피난보행속도가 1.2m정도 되거든요, 초당.
◇ 정관용> 초당 1.2m.
◆ 박형주> 네. 그 정도로 걸어가는 것이 정상적인데. 배가 45도 정도 기울면 한 4분의 1 정도. 초당 한 0.4m 정도로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거기서 대기하라는 명령만 없었다면, 방송만 없었다면. 물이 들어오고 배라는 것이 45도 기울었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무게 중심이 넘어갔다는 얘기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박형주> 아무리 고등학생이라고 할지라도 배가 기울어질 수 있다는 건 다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 설사 기어서 나온다고 할지라도 저희는 한 0.4m 정도로 이동할 수 있을 걸로 보고 있고요. 그다음에 또 계단이 다 밑에 있습니다. 계단이 기울어진 그 끝에, 그러니까 좌현의 끝에 5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이 있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나가라는 얘기만 했다면, 대피계단만 알려줬더라면, 그쪽으로 올라오는데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나가라고 명령하고 경로만 알려줬으면 충분히 나왔을 것이다.
◆ 박형주> 네. 저는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걸로 보고 있고. 거기에 있는, 살아 있는 서비스 직원들이 계단의 위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빨리 밑으로 해서 도망가라고 하면, 분명히 나왔을 거라고 저는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 정관용> 혹시 이런 관련 실험도 해 보셨다고요?
◆ 박형주> 시뮬레이션을 한번 해 봤는데요. 저희가 보통은 한 60도 기울어졌을 경우, 45도가 한 2분의 1 정도가 늦어지고요. 60도인 경우가 한 4분의 1 정도, 한 네 배 정도가 늦어집니다, 사실은. 속도가.
◇ 정관용> 보행 속도가?
◆ 박형주> 네, 보행 속도가요. 그러나 또 선박의 어떤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선박이 아무래도 밑에가 좀 걷는 게 미끄럽다고 보더라도 충분히 0.4m 정도는 나올 수 있을 걸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 실험을 직접 기울기를 해 놓고서 보행 속도를 체크해 보셨다, 이 말씀이군요.
◆ 박형주>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번에 구조되신 승객 가운데 한 30명, 40명가량 학생들을 구하고 나오신 분이 있지 않습니까?
◆ 박형주> 그렇죠.
◇ 정관용> 그분의 인터뷰나 이런 관련 영상 같은 걸보면 보면 학생들이 올라오질 못해서 커튼 같은 걸로 무슨 동아줄처럼 만들어서 나중에서 소방호스 같은 걸 내려서 끌어올리고 이랬었는데. 그러면 그렇게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건데도 어떻게 나올 방법이 있었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박형주> 그렇죠. 왜 그러냐 하면 그 사람은 나올 때 그게 우현이거든요. 좌현보다는. 그러니까 우현으로 올라왔을 경우에는 당연히 그게 상부에 있기 때문에. 뭘 잡고 있지 않으면 서 있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나 좌현에 있는 계단으로 나왔다면 저는 뭐 충분히 바다로 빠지는데 문제가 없을 걸로 보고 있고요. 다만 이게...
◇ 정관용>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었나요, 왼쪽으로 기울었나요, 이번에?
◆ 박형주> 왼쪽으로 기울었습니다.
◇ 정관용> 왼쪽으로 기울었는데 오히려 그 왼쪽 편의 제일 상층부 쪽으로 올라갔어야 된다.
◆ 박형주> 그렇죠. 위에 그 계단을 이용은 못 하고. 아는 사람들이 중앙계단이나 우현에 있는 계단을 이용했을 거로 보고 있어요. 왜냐하면 물이 올라오니까. 이렇게 물이 올라오지 않는 곳으로, 물이 잠기지 않는 곳으로 가다 보니까. 그 어려운 계단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 정관용> 그러니까 방향 지시까지를 분명히 누군가 해 줬어야 되겠군요.
◆ 박형주> 그렇죠. 물론 방향 지시도 다 알고 있었을 겁니다. 서비스 직원이 대피하라는, 어떤 갑판으로 나오라는, 어떤 대피 명령만 내렸다면. 저는 충분히 좌현에 있는 계단을 통해서 갔을 거로 봅니다. 다만 구조의 변경이 상당히 심했다고 지금 계속 잠수부들이 얘기하는 걸로 봐서...
◇ 정관용> 구조의 뭐가 심했다고요?
◆ 박형주> 구조변경이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 정관용> 아. 구조변경.
◆ 박형주> 네. 그래서 저희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도면에 의하면, 현재도 충분히 좌현 계단이 보이는 위치에 있거든요. 그런데 얼마큼 구조변경이 됐는지. 거기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가 이루어질 걸로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건 정말 치명적으로, 만약에 계단을 찾기 어렵게끔까지 구조변경이 됐다거나 이러면 이것도 굉장히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되겠네요.
◆ 박형주> 네. 대피할 때 아마 큰 장애물이 됐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을 했던 선장과 선원들에 대해서는 온 국민의 분노와 질타가 쏟아지고 있는데. 해경이 말이죠. 그 경비함이 조타실 쪽으로 접근해서 선장하고 선원들 막 구하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 박형주>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때 창을 통해서 그 안에 승객들이 있을게 다 보이고 그랬다는데. 해경이 왜 그 안으로 진입해서 방송도 하고 승객들에게 방향 지시도 하고. 이렇게 왜 안했을까요? 왜 못 했을까요?
◆ 박형주> 저도 그 점이 상당히 의아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네 명의 해경이 도착을 했는데. 올라간 사람은 한 명이거든요. 그런데 그 한명이 구조를 하지 않고 구명벌을 펼치는데 노력을 했단 말이죠.
◇ 정관용> 맞아요.
◆ 박형주> 물론 구명벌을 펼쳐야만 사람을 태울 수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맞습니다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갑판으로 사람들이 몰려왔을 때 하는 일이지.
◇ 정관용> 그렇죠.
◆ 박형주> 그걸 갑판에 사람도 없는데. 올라가서, 물론 올라가서 구명벌을 터뜨린 것 자체는 행위 자체는 크게 나무랄 게 없습니다만. 그 순서가 잘못되지 않았는가. 그건 물론 해경이 언제 배가 침몰할지 모른다는, 그런 공포감이 있었겠죠. 사람은 본능적으로 움직이다 보니까. 그런 공포감이 있었던 거는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만, 그래도 훈련을 받은 해경이라면. 저는 배가 쉽게 전복되지 않는다고 지금 다들 그러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서서히 기우는 것을 옆에서 보면 더더욱 잘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갑자기 서서히 가다가 갑자기 확 기울지는 않지 않습니까?
◆ 박형주>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배라는 게 그 속에 에어포켓이 있기 때문에. 설사 뒤집어진다고 하더라도 바로 물속으로 처박히지는 않거든요. 그 정도는 다 알고 있을 거로 보고 있는데. 큰 배기 때문에.
◇ 정관용> 그러게 말이죠.
◆ 박형주> 해경이 가서 그 얘기를 안 한 거는. 아마 거기에 대한 훈련이 굉장히 부족했고. 또 그 훈련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배가 언제 침몰할지 아마 두려웠을 거로 저는 판단을 하고 있고요. 그다음에 나머지 세 사람은 그냥 앉아서 해경선에서 그대로 잔존되어 있었는데.
◇ 정관용> 대기만 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 박형주> 그렇죠. 그 사람들이 올라가서 하다못해 확성기를 가지고, 아마 해경에 확성기가 있었을 거로 보고 있습니다. 확성기를 가지고 밑에서 방송을 했더라면, 아마 충분히 저는 사람들을 다는 모르겠습니다만.
◇ 정관용> 상당수 구할 수 있었겠죠.
◆ 박형주> 상당수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해경이 일단 배에 승선조차 안 했다는 것부터 납득이 안 가고. 승선한 해경이... 글쎄요. 저희가 그 당시의 화면은 사실 모든 국민이 다 봤거든요. 그 당시에 해경이 촬영을 했기 때문에. 거기서 조타실로 이렇게 올라가기가 불가능했을까요?
◆ 박형주> 저는 조타실로 올라가지 않아도, 그 구명벌의 끝으로 들어가면 거기가 또 문이 하나 있거든요.
◇ 정관용> 그래요?
◆ 박형주> 네. 거기가 5층 개조한 데 문이거든요. 그쪽에 문을 아마 몰랐던 건지. 아니면 일부러 거기로 가지 않고 돌아가면서 구명벌을 해체하려고, 구명벌을 펼치려고 노력했거든요. 그래서 아마 해경이 아마 그쪽으로 가다가 어떤 자기 자신대로 행동을 하지 않았겠는가. 이렇게 판단합니다.
◇ 정관용> 박 교수님, 전공분야는 아니겠습니다마는, 검찰은 해경에 대해서 본격 수사를 예고한 셈이고.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 박형주> 저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왜 그러냐면 40분이라고 하는, 47분이라고 하는 그 기울어져서 배가 침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시간 동안 구명벌 두 개만 터뜨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 전공분야는 아닙니다만, 저는 그 사건으로 봤을 때 대피의 어떤 순간이라든가 구조의 순간으로 봤을 때 저는 충분히 자기의 어떤 직무를 펼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공포감이나 아니면 여러 가지 훈련의 부족으로 인해서 아마 그게, 이런 일이 이뤄졌을 거라고 저는 판단하기 때문에. 충분히 직무상의 어떤 유기라고 저는 볼 수 있습니다.{RELNEWS:right}
◇ 정관용> 인근에 어선들도 다 속속 도착하는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구명복을 입고 바다에만 뛰어들어 있어도 사실 다 건질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박형주> 그렇습니다.
◇ 정관용> 참, 이래서 우리 국민들이 더 안타까운 거거든요. 살릴 수 있는 아까운 목숨을... 네, 참 답답합니다.
◆ 박형주> 답답합니다.
◇ 정관용> 네, 도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형주> 안녕히 계세요.
◇ 정관용>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박형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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