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3년만에 '국립 9·11 추모박물관'이 15일(현지시간) 문을 열었다.
추모박물관은 테러로 무너진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에 들어섰다.
추모박물관에는 희생자들의 사진을 비롯한 1만2천500점의 전시물, 소방·재난 담당자들의 교신 등 1천995건의 음성기록, 테러범들이 공항에 들어서는 장면 등 580시간 분량의 영상 기록 등이 전시됐다.
관련 기사
추모박물관 1층의 벽과 천장이 유리로 된 중앙홀에는 녹슨 철제기둥이 배치됐다. 이 기둥은 무너진 쌍둥이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에 있던 것이다.
지하 전시실에는 불타고 있던 건물에서 한꺼번에 수백명이 빠져나올 때 사용했던 '생존자의 계단'이 원형대로 진열됐다.
세계무역센터 꼭대기에 있던 안테나의 일부와 찌그러진 소방차도 전시됐다. 또 9·11 테러 당시 희생자들의 사진과 음성메시지, 현장으로 달려가던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 먼지가 앉은 구두, 납치된 여객기 승객의 손목시계 등도 전시됐다.
이날 개관식은 동굴을 연상케 하는 지하공간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희생자 유족 등 제한된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정치인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내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 빌 더블라지오 현 뉴욕시장 등으로 제한됐다. 추모박물관의 일반 공개는 오는 21일부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추모사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암석처럼 미국은 강인하다"면서 "그 어떤 테러 공격도 우리 나라의 강인함을 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 세대는 물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다음 세대도 미국 영토에 대한 최악의 테러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9·11의 정신인 사랑과 희생 정신을 기리고 되새기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추모사가 9·11 테러 이후 있었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등 미국 정부의 대외 정책 성과에 대한 언급없이 희생자들을 기리는데만 초점을 맞춰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사회를 맡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추모박물관은 자유는 엄청난 책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면서 "추모박물관 내부를 둘러보는 것이 때론 고통스러운 일이겠지만 그런 만큼 충분히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개관에도 추모박물관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이 일고 있다.
자금난으로 개관이 늦어진 이번 추모박물관 건립에 7억달러가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 일반관객의 입장료가 '고액'인 24달러에 책정되자 적잖은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일부 유족들은 전시물 가운데 등장하는 테러범들의 사진과 이름이 희생자들의 상처를 건드릴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 시신이 안장된 것도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아울러 9·11 테러에 대한 설명 가운데 일부가 반(反) 이슬람 정서를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 여론도 있다.
추모박물관은 생존자, 희생자 유족, 구조대원, 그라운드 제로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엿새간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무료로 문을 연 뒤 21일부터 일반인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