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돼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최근 선출된 새누리당 신임 이완구 원내대표의 취임기자회견에서 가장 주목받은 발언은 "대통령에게 어려운 고언을 드릴 생각"이라는 표현이었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겠다는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주목받은 이유는 그동안 원내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집권여당이 청와대 지시에 따라 움직일 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지난 22일 지명된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해 국가가 바른길, 정상적인 길을 가도록 소신을 갖고 대통령께 가감없이 진언하겠다"는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이같은 발언은 총리가 헌법에 명시된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고 대통령에게 진언을 하기 힘든 구조임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책임총리제를 약속했지만 정홍원 총리는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책임장관제 역시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받아쓰기 내각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문제는 여당원내대표가 쓴소리를 하고 총리가 진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쓴소리와 진언을 수용하는 것이다. {RELNEWS:right}
총리가 진언을 하고 여당 원내대표가 아무리 쓴소리를 해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결국 1기 내각처럼 받아쓰기 내각이 되고 청와대 지시를 따르는데 급급한 여당이 되고만다.
새 총리가 책임총리 역할을 하려하면 대통령과 충돌하고 갈등을 빚게 될 우려도 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최근 논란이 된 KBS 사태도 따지고 보면 언론의 쓴소리를 듣기 싫어하고 정권의 편을 들어주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부른 것이기도 하다.
국정운영의 내용도 국민통합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는 100% 대한민국과 국민통합을 내세웠지만 집권 이후에는 오히려 국민통합의 국정운영이 실종됐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현재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집권이후 국정원 댓글사건이나 NLL 논란 뿐 아니라 교학사 역사교과서 문제 등 사사건건 편가르기 논란을 일으켜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먼 국정운영을 해왔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일부 인사들이 지나치게 수구적이어서 사회 각 분야에서 편가르기와 분열의 논리를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야당과 협력문제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야당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상생의 정치를 기대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정무수석조차 야당 의원들을 만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가의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정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총리를 교체하고 국정원장과 안보실장을 교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바뀌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