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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 100개씩 생기는 요양병원, 정부 인증은 '무용지물'

보건/의료

    한 해에 100개씩 생기는 요양병원, 정부 인증은 '무용지물'

    정부 예산 부족으로 인증 심사도 늑장대처, 요양원과 병원 사이 사각지대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를 계기로 난립하는 요양병원에 대한 관리 부실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요양병원은 한해 100여곳씩로 새로 생겨나는 등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는데 치매 및 와상 환자가 많은데 반해 안전 규제는 미흡한 실정이다. CBS는 요양병원의 운영 실태와 안전 관리 부실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요양병원은 요양시설(요양원)에 의료적인 서비스를 더한 개념이다. 요양시설은 일반인도 개소가 가능하지만 요양병원은 의료인만 운영할 수 있는 법적 의료기관이다. 치매, 중풍, 각종 질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가족들의 돌봄이 쉽지 않은 노인 환자들이 거주를 겸해 장기 입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적으로 요양병원은 의료진들이 상시 배치돼 있어 깨끗하고 안전하다며 선호하는 추세다.

    이른바 '요양병원 붐'으로 불릴 만큼 한해 100여곳의 병원이 새로 생겨나고 있는데 CBS 취재 결과 보건당국의 관리, 감독은 겉돌고 있었다.

    전국 900여곳이 정부의 인증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방비로 운영되고 있는데다 사고가 난 장성 요양병원처럼 인증을 거친 기관도 안전사고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요양병원의 안전 관리 기준을 현실적으로 강화해 무자격 병원을 걸러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요양병원 1년에 108개씩 늘어…5년 사이에 2배 급증 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요양병원은 1천262곳이다.

    지난 2008년 690개에 불과하던 요양병원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2012년에 1천여 곳(1,103곳)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1천232곳을 기록했다. (표1 참고) 올해만도 30곳이 개업했다.

    불과 5년만에 542곳이 늘어나 한 해 평균 108개의 요양병원이 새로 생겨난 셈이다.

    요양병원은 의료계 전체에서도 거대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단이 요양병원에 지급한 급여비는 무려 2조4천433억원이다. 지난 2008년 7천462억원에 비해 3배 가량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이처럼 요양병원이 급증한 것은 일반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건비나 관리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일반 병원의 경우 입원환자 20명 당 의사 1명을 둬야 하는데 요양병원은 입원환자 40명 당 1명의 의사만 두면 된다. 간호사도 일반 병원은 환자 2.5명당 1명을 둬야하지만 요양병원은 환자 6명 당 1명이다.

    경기도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의사나 간호사 인건비가 일반 병원에 비해 적게 들고, 장기 입원 환자가 많아서 수입이 안정적이다"며 "일반 병원이 요양병원으로 바뀌거나 새로 생겨나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인구 고령화로 노인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가정의 돌봄 기능이 약해지자 병원이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관리 비용은 적게 들어 요양병원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자 너도나도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인만 운영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실제 주인은 따로 있는 사무장 병원 등도 다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증제는 예산 부족으로 늑장 심사...대다수가 무인증

    이처럼 요양병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의 관리, 감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요양병원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의무인증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취지가 무색하게도 관련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서 인증 절차가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1252곳의 요양병원이 인증을 받기 위해 신청했지만 조사가 완료된 곳은 331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921곳은 아직 심사를 받지 못해 미인증 상태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말이 '의무'지 정부 인증을 받지 않고 영업하는 병원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서둘러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예산 부족 때문이다. 병원 1곳당 약 820만원의 인증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줘야 하는데 관련 예산이 기획재정부의 심의 과정에서 대폭 깎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요양병원 500곳의 인증 심사를 완료하기 위해 예산을 올렸지만 기재부와 국회 예결위에서 삭감되면서 300곳 분량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인증 심사를 완료하는 시기도 내후년으로 1년정도 늦춰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인증제 자체가 있으나마나 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가 난 장성 효실천나눔사랑 요양병원은 지난해 12월 정부 인증을 버젓이 마친 기관이다. 하지만 스프링쿨러가 설치돼 있지 않는 등 화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정부의 인증 평가는 총 203개 조사항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화재와 관련된 '안전한 시설 및 환경 관리'에 관한 항목은 총 15개에 불과했다. 정부 인증만으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이밖에도 인증을 따낸 기관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적고, 인증 실패에 대한 처벌 및 제재 수단은 약해서 제도가 겉돌고 있는 상황이다.

    ◈ 요양원에는 있고 요양병원에는 없는 스프링쿨러.... 안전지침 강화 시급

    이번 기회에서 요양병원의 특수성에 맞게 안전 규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것이 스프링쿨러다. 요양병원은 거동을 하기 힘든 와상 환자가 많은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스프링쿨러 설치 의무가 없어 인명 피해를 키웠다.

    지난 2010년 포항의 요양원에서 큰 불이 나 10명이 숨진 이후로 일반 요양시설에는 스프링쿨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요양시설과는 달리 의료법의 규제를 받아 스프링쿨러 설치 의무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요양원에는 있고 요양병원에는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장성의 사고 수습 관계자는 "스프링쿨러만 설치돼 있었어도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요양병원에도 스프링쿨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률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소방방재청에 요청해 현재 입법 예고하고 있다"면서 "요양병원의 특수 상황에 맞는 안전 기준을 점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스프링쿨러 설치 외에도 야간 당직 인력 확보 등 안전 지침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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