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與, '박근혜 카드'로 '보수 대결집' 노려
새누리당 현기환 실무기획단장이 1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건널목으로 자리를 옮겨 1인피켓 릴레이 유세를 벌이고 있다. 사진=새누리당 제공
"도와주십시오. 대통령에게 힘이 되어주십시오"
6.4 지방선거 종반으로 치달으며 새누리당은 '박근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사퇴 등으로 여권에 불리해진 선거 구도를 바꿔놓기 위한 막판 전략이다. 여기에 '읍소 전략'을 더했다. 막다른 길에 몰린 새누리당이 '보수 대결집'을 통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다.
주요 경합지역에서도 '박근혜 카드'는 주요한 전략이다. 1일 새누리당은 선대위 회의를 인천에서 열고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특히 당 지도부는 유 후보와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연급하며 유 후보를 치켜세웠다. 이완구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유정복 후보와 박근혜 대통령은 어느 후보보다 '특별한 관계'다. 비서실장 출신으로 긴밀한 관계를 가짐으로써 인천시가 중앙에서 최대한 지원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카드'를 꺼내든 것은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대통령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을만큼 판세가 여권에 어렵게 돌아간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사전투표 연령대별 투표율에 따르면 20대가 15.97%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당 내부에선 "20대 투표율이 늘어난 것은 아무래도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세월호 참사 이후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새누리당이 '대통령 마케팅'을 하는 이유다. 당 핵심관계자는 "대통령 지지도는 아직도 높은 수준인 것으로 봤을 때, 아직까지 우리 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이 결집하지 않은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 야당에 지면 대통령이 일하기 힘들다' 이렇게 호소해서 보수층을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정권 심판론이 강한 수도권 지역에선 '읍소 전략'까지 더해 대통령 마케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날 주요 당직자들이 광화문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1인 피켓 시위를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부터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이 '낮은 자세'를 강조하며 "박근혜정부를 살리기 위해선 한 번만 더 여당에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새누리당 지도부 및 주요 당직자들까지 총동원 돼 읍소를 한 것은 처음이다.
김세연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어가는데 새누리당이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선택해달라고 한 분 한 분에게 호소드리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당직자들이 피켓을 드는 것도 그만큼 절박한 심정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선거 전날인 3일에는 공동선대위원장들이 격전지역을 거쳐 서울로 올라오는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격전 양상이 벌어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한 많은 곳을 방문해 우리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 "부동층을 잡아라" … 野의 최대 전략 포인트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 선거 캠프에서 열린 '우리서울 정책제안 한마당'에서 시민공약 공모전을 통해 뽑힌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6.4 지방선거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국가혁신 방안에 대해 논의할 용의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국가개조 혁신 회동을 제안했다. 새누리당이 "국가대개조를 위해선 새누리당을 지지해달라"고 한 주장을 맞받아치며 그 이슈를 빼앗아오겠다는 심산이다. 야권은 이를 통해 '부동층'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한 태도를 부각하며 '정권심판론'을 통해 부동층을 끌어안고자 한다.
이른바 '앵그리맘(angry mom ·성난엄마)'을 투표장에 끌어오기 위한 방안이 가장 핵심적인 '부동층 잡기' 전략이다. '정권심판론'의 핵심 심장부로 예상됐던 경기도 안산 단원구의 사전 투표율이 8.42%로 경기도에서 취하위, 전국적으로도 252개 선거구 중 243위를 기록했다. 이같은 사전투표 결과를 받아든 새정치연합은 앵그리맘을 포함해 이번 사전투표에서 투표율이 낮았던 여성 지지층을 좀 더 이끌어 내는 것을 중요 과제로 삼았다.
야권이 주목하는 또 한 축은 '무당파'다. 새정치연합은 당초 정당지지도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이같은 추세를 지속하려고 골몰하고 있다. 최재천 전략기획본부장은 "무당파는 '대통령이 못한다'는 응답에서 훨씬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며 "무당파들이 압도적으로 6대 3이나 5대 3정도로 '세월호 심판론'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보수층이 결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최재천 본부장은 "사전투표제, 새누리당의 조직적 동원이 새누리당 지지층 결집현상과 맞물려 도리어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아닌가 상당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NEWS:right}
야권은 이에 따라 남은 2일 동안 '비상체제'에 돌입한 채 부동층을 투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매진할 계획이다. 경계지역을 집중 공략하기 위한 '지그재그 유세'도 기획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와 경기 부천시, 서울 관악구를 오가며 경계지역 표심을 쌍끌이 한다는 목표다.
선거 전날인 3일에는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문재인 정동영 손학규 정세균 김두관 등 공동선대위원장단이 모두 모여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수도권에서 합동 지원유세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