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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BS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야

    • 2014-06-06 11:17

    [노컷 사설]

    KBS 양대노조(KBS노동조합,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노조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개념광장에서 ‘길환영 사장 퇴진 촉구’ 집회 종료 후 이사회가 열리는 본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KBS이사회가 어제 임시이사회에서 길환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했다. 파업에 돌입했던 노조는 업무에 복귀했고 이제 KBS는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그러나 사장이 해임된다고 해서 공영방송 KBS 파업사태의 본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KBS 파업사태는 길환영 사장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사사건건 보도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폭로에서 촉발됐고 그 과정에 청와대의 간섭과 통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시 말해 청와대는 줄곧 KBS의 인사에서부터 보도 내용에까지 협조를 빙자한 외압을 행사해왔고 사장은 외압으로부터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된 것이다.

    따라서 KBS사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보장함으로써 진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사장 선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투명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여러차례 "방송장악을 할 의도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과거 정권과 다를 바 없이 입맛에 맞는 방송으로 길들이려 했다.

    KBS의 공정성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 이른바 땡전뉴스가 대표적이다.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으로 사장이 임명되면서 정권의 눈치를 보는 방송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권력이 바뀌면 청와대는 KBS 사장 자리를 집권 세력의 전리품으로 여겨왔기 때문에 공영방송이 아닌 '청영(靑營) 방송’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KBS를 공영방송으로 유지하려면 권력이 입맛에 맞는 사장을 임명해 편집과 보도에 간섭하고 외압을 행사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후임 사장부터 대통령이 약속한대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선출해야 한다.

    후임 사장은 무엇보다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사가 돼야 한다.

    또 이사회 구성을 포함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도 공론화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차제에 청와대와 정치권 스스로 방송의 보도와 편집에 대한 간섭을 하지 않겠으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국민 앞에 분명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대표적인 공영방송으로 꼽히는 영국의 BBC의 경우 노동당 정권이 들어서든 보수당 정권이 들어서든 권력이 BBC에 대한 간섭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나 경영위원들은 자신을 추천한 진영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개인 영달을 위해 자기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길환영 사장의 해임을 계기로 KBS가 정권의 방송이 아닌 국민의 방송,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전환점을 맞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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