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양국을 교차 방문해 북핵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북·일 스톡홀름 합의가 한·미·일 대북 공조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여전히 대북공조 체제가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일본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미 국무부 청사에서 2시간 동안 회담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하라 국장은 이날 양자회담에서 일본인 납북자 재조사와 대북 제재 일부 해제 등에 합의한 북·일 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미국측의 이해를 구했다. 이하라 국장은 지난달 26~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일 협상에서 극적 타결을 주도했다.
그는 납치 문제 재조사에 있어서 북·일 양자 간 협의할 필요가 있었다는 입장을 전하면서도 북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하라 국장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측 생각을 잘 설명했고, 미국측의 이해도 깊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근본적인 중요성에 대해 양측 의견이 일치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이하라 국장의 이번 방미는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양국의 지속적인 노력과 밀접한 공조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북·일 합의 내용과 관련해 "일본의 투명한 납치문제 해결 노력을 계속 지지한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이 '투명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의 독자 행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쾌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대니얼 러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1일 일본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미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 회의에 참석했던 러셀 차관보가 다음날인 11일 도쿄에서 일본 당국자들과 만나 양자 현안과 지역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셀 차관보는 방일 기간에 납북자 재조사 문제와 대북 독자 제재 해제 등 북·일 합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회의 참석 이후 귀국길에 오른 그는 도쿄에 하루 들러 회담을 가진 뒤 12일 워싱턴으로 돌아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