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왼쪽), 김무성 의원. (자료사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싸고 새누리당 당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서청원, 김무성 의원이 일합을 겨뤘다.
문창극 사퇴라는 최대 정치 현안이자 국민적 관심사에 불을 먼저 댕긴 사람은 서청원 의원이다.
친박 좌장으로 7선인 서청원 의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의 청문회 돌파론에 찬물을 끼얹는 사퇴론을 들고 민심에 호소했다.
서 의원은 17일 오전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어 "문 후보자 지명 이후에 언행을 이렇게 하나하나 보고 국민 여론을 많이 경청해본 결과 지금은 문 후보, 스스로 언행에 대한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심각한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이 위하는 일 무엇인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문창극 후보자의 논란이 점화된 12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발언과 관련해 "그 얘기 자체는 국민정서에 맞지 않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문 후보 발언의 전체 맥락을 들어봐야 한다"며 '선 청문회론'을 앞장서 파급시켰다.
서 의원은 "청문회에서 해명할 기회를 줘야지 이러면 대한민국에 총리할 사람이 없다"며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충분히 해명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청문회에서도 문제가 되면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으나 '선 청문회'라는 카드를 고수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러던 서 의원이 5일 만인 17일 문창극 후보 사퇴를 정식으로 요구한 것은 새누리당 여의도 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도 즉각 사퇴론이 71%나 되는데 대한 응답이라고 한다.
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여연의 조사 결과를 보고 놀랐으며 이 정도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고, 주변인들도 목소리를 내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이 전날인 16일 "고집부릴 일이 아니며 시간 끌어봤자 결과는 뻔하다"는 페이스북의 의견도 서 의원으로 하여금 문창극 사퇴론을 거론하게 만든 배경이다.
그에 못지않게 전당대회 기선잡기용이다.
새누리당의 당심을 조금 잃더라도 민심에 부합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그의 정무적 감각으로 놓칠리 없다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서청원 의원만큼 민심의 흐름을 잘 꿰뚫는 정치인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오랜 경험과 정치적 경륜에서 나오는 정무적 감각이 탁월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에게 밀리고 있는 국민적 인지도와 대중적 이미지를 문창극 사퇴론을 통해 넘어보자는 정치적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 측근은 "서 의원이 여론에 밀리는 것이 아니라 여론에 부응하며 끌고 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역시 서청원이라는 말이 돌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청문회에 갈 경우 엄청난 화살을 받게 되고 임명동의안 때문에 당이 굉장한 어려움을 겪을 것인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정치를 오래한 사람의 도리"라는 그의 말처럼 청문회 이후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의 파장과 여권의 혼란상을 선제적으로 제거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서청원다운 정치를 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서청원 의원이 18일 인천 축구 전용 경기장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 대 러시아전을 관람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과 국민을 위해 현 정부를 위해서라도 (문창극 후보자) 본인이 스스로 판단해서 모두에게 더 이상 부담주지 말고 스스로 퇴진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용퇴를 촉구했다.
17일 저녁 자신의 공개 사퇴 요구에 "물러나지 않고 청문회에 가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문창극 후보자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친일 역사관 논란에 휘말린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서청원, 문창극 계속 버티면 가만 있지 않을 것서청원 의원은 문 후보자가 물러나지 않고 청와대의 지명 철회를 기다리거나 청문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며 버티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문 후보자가 계속 버티기로 일관하면 청와대는 문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내지 말라고 선전포고를 하고도 남을 정치인이다.
그는 이미 팔을 걷어붙였다. 승부를 보려고 할 것이다.
서청원 의원이나 당권 경쟁자인 김무성 의원, 이인제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YS)에게서 정치를 배워 '승부사의 기질'이 아주 강하다.
서청원 의원에게 선수를 빼앗기다시피 한 김무성 의원은 이에 뒤질세라 17일 오후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론과 관련해 서 의원과는 다른 해법을 내놨다.
서청원 의원은 자진 사퇴를 촉구한 반면, 김무성 의원은 문 후보자의 선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무성 의원은 17일 오후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에서 '타운홀 미팅' 행사를 가진 자리에서 "문 후보자가 억울하다면 인사청문회까지 가기 전에 적극적으로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빨리 오해를 풀라는 게 내 입장이었는데 최근 문 후보자가 한 해명은 부족하다"며 "지금이라도 빨리 본격적 해명의 기회를 가져야 된다"고 말했다.
해명을 하지 못하면 (문 후보의)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18일 하루 전의 발언보다 반 발짝 더 나아가 "의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청문회 가기 전 본인이 적극 해명하기 바란다"며 "오늘 중으로 그러한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의원은 문제가 불거진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퓨처라이프 포럼 제5차 세미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상식적으로 볼 때 표현이 잘못된 건 분명하고 국민이 듣기에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며 "청문회에서 심층 토론돼야 하고, 변명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선 해명을 요구한 김무성의 의도는?김무성 의원은 친박의 핵심도 아니고 비박계로 분류되는 만큼 문창극 후보자의 인사 '참극'에 대해 친박 좌장이라는 서청원 의원보다 더 적극적으로 민심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평가다.
핵심 측근에게 이유를 물었다. "당 대표를 뽑는 7.14 전당대회가 민심은 30%밖에 되지 않지만 70%라는 영남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을 무시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무성 의원 주변에서는 이런 심모원려, 고도의 전당대회 표 계산이라는 정치적 함수관계로 말미암아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 문제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창극 후보자의 청문회 돌파를 옹호하는 새누리당 적극 지지층에서는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수평적 당청관계의 정립을 전당대회 출마의 화두로 내걸었다.
"과거냐, 미래냐"라는 전당대회 슬로건에 비춰보면 그의 문-'참극' 사태 대응은 과거 쪽에 가까운 처신을 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의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친박계의 좌장' 서청원 의원과 비박의 선두 주자 김무성 의원이 문 후보자의 사퇴 문제를 놓고서도 지상과 물밑의 승부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승부의 결과는 아직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 일합의 결과는 박 대통령의 손에 달려일합의 결과는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내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지명 철회를 할까 말까를 고민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
친박의 좌장이라는 서청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에 반기를 들고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기에 박 대통령의 결정은 서의 손을 들어줬는지, 김의 손을 들어줬는지도 헤아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의원은 17일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요구하면서 멋진 말을 내던졌다.
'백성이 물이라면 정권은 돛단배'라며 '물이 성을 내면 배가 뒤집히는 만큼 민심을 따라야 한다'고. {RELNEWS:right}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던지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순자 왕제편을 보면 군자주야 서인자수야 수즉재주 수즉복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은 존재이며 물은 배를 띄울 수 있기도 하지만 물은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는 말.
민심을 천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백성(국민)은… 뜻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