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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훈련 즐겁게 가자 했는데…" 온라인엔 탄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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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격훈련 즐겁게 가자 했는데…" 온라인엔 탄식만

    • 2014-06-23 11:32

    총기 난사 사망·부상자 …안타까운 사연들

     

    "2013년 12월 16일. 최북단을 지키는 군인 아저씨의 하루. 이번 겨울이 어떻게 지나갈지. 내년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하면서!"

    지난겨울 강원 동해안 지역에는 닷새간 1m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1911년 기상관측 이래 최대 폭설이었다.

    고성군 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에서 복무하던 23살의 김 하사는 세차게 날리는 눈발 속에서 분대원들과 함께 환하게 웃는 '셀카'를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렸다.

    눈을 치우지 않으면 바로 발이 묶이는 최전방.

    끝도 없는 고된 제설작업에 빨갛게 상기된 얼굴, 허옇게 부르튼 입술.

    그래도 장병들은 눈이 쌓인 철모 아래 하얀 이를 드러내며 천진하게 웃을 수 있는 장난기 가득한 청춘들이었다.

    김 하사는 지난 21일 강원 고성군 동부전선 최전방 GOP(일반전초)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사망한 5명의 병사 중 1명이다.

    청소년 시절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하며 자란 그는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와 세 동생을 돌보는 가장으로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 했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바쁜 와중에도 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도왔다.

    '유격훈련. 비도 오고∼ 즐겁게 가자!'라는 글로 동생 같은 분대원들을 격려했던 그는 고향인 전남 곡성에서 나흘간의 달콤한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지 3일 만에 변을 당했다.

    함께 사망한 최모(21) 일병은 친구 차모(19) 일병과 동반 입대해 혼자만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차 일병은 수류탄 파편에 머리, 목, 팔, 다리 등을 다쳤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나중에 군대 올 애들은 꼭 특기 챙겨와라. 안 그러면 나처럼 금강산 보이는 곳에서 소총수로 근무하게 될 수도 있어.' 내년 1월 제대를 앞두고 숨진 진모(21) 상병은 아직 입대하지 않은 친구들을 살살 겁주곤 하던 장난기 많은 친구였다.

    총알이 양쪽 다리를 관통하는 중상을 입은 문모(22) 하사는 현재 의식 불명 상태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문 하사는 최근 하사로 임관하며 "6개월간 600만원을 모아서 부모님에게 작은 보탬이 되려고 전문 하사에 지원했습니다." 라는 글을 대대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하사로 임관하지 않았다면 올 2월에 제대할 수 있었다.

    팔꿈치에 관통상을 입고 출혈이 심했던 김모(22) 병장은 다행히 총알이 급소를 피해간 덕에 쌍둥이 형과 생사를 같이했다. 수류탄 파편에 가슴, 팔, 다리 등을 다친 형과 같은 병실에서 회복 중이다.

    역시 수류탄 파편에 목과 다리 등을 다쳐 치료를 받는 신모(20) 이병은 동반 입대한 친구가 무사한지를 가족을 통해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한편, 사고 소식과 사망·부상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알려지면서 22사단 인터넷 카페에는 '다 내 자식 같아서 눈물이 난다'는 부모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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