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직을 자진사퇴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 (사진=박종민 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후보직을 자진사퇴하면서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인사' '불통인사'가 빚은 참극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독총리'에게 '추기경급' 자격을 요구한다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보는 시각과 입장에 따라 반응이 정반대로 엇갈린다.
총리 후보자 두 명이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한 채 사전 검증에 걸려 낙마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세월호 참사로 빚어진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이미 사의를 표명한 국무총리가 두 달 가까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도 보기 드문 현상이다.
청와대는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새로운 국무총리 후보자를 고르느라 분주한 모양이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국정공백이 길어지지 않겠느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많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과도하게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국무총리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에 대해 청문회라는 선진제도를 도입하고, 안정궤도에 올려놓은 것은 평가해야 마땅하다. 공직자가 사적인 이익추구가 아닌 공적 봉사의 자격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일은 선진사회에서 당연한 절차다.
따라서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자는 청문회나 언론의 보도를 마뜩찮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추기경을 뽑자는 거냐고 이죽거리고 엄살떨 일이 결코 아니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의 인사청문회가 얼마나 철저하고 까다로운지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청문회를 통과할 수 없을 정도의 인물을 후보자로 연거푸 지명해온 청와대의 폭좁고 엉성한 인력 풀과 인사검증시스템을 비판해야 할 일이다. 아울러 총리와 장관 후보자군에 속하는 잘난 인물들이 기실은 자기관리 제대로 못하고,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그릇된 역사관, 세계관을 갖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해야 할 일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나라 안팎으로 망신살이 뻗치는 엉터리 인사를 총리나 장관 후보로 지명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야당이나 언론, 국민을 탓할 일이 결코 아니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왼쪽), 김명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자료사진)
총리는 그렇다 치고, 이미 국회에 인사 청문 요구서가 제출된 국정원장과 장관 후보자 8명의 면면은 어떤가. 이병기 국정원장,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 후보자 누구 하나 멀쩡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청문회를 제대로 통과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논문 표절, 연구비 부당 수령, 경력 허위 기재, 부실 사외이사에 거액 수당 챙기기, 상습 음주운전, 과거 전력… 비리 백화점을 연상시킨다. 사고방식도 중도가 아닌 오른쪽 끝으로 치우친 인사들뿐이다. 소통과 화합, 개혁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캄캄하다. 골라도 어떻게 이런 인사들만 고르는지 신기하기조차 하다.
이 밖에도 병역특혜와 위장전입, 편법 부동산 투기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야당이 열심히 뒤지면서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과연 몇 명이나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