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7.14 전당대회 당권 경쟁에 나선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가 이틀 만에 입장을 바꿨다.
이른바 "대통령의 독선"이라는 발언에서 "내가 너무 나갔다"라며 꼬리를 내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김 의원은 지난 27일 '미래로 포럼 발대식' 특강에서 "박근혜 대통령 임기 동안 독선에 빠진 권력이라고 규정하진 않겠지만, 일부 그런 기미가 나타났다"며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독선으로 빠진다. 권력이 독선으로 빠지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소통이 잘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며 "집권 여당의 당 대표가 대통령을 제대로 만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밝은 눈과 큰 귀가 돼 국민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서열 2위부터 9위까지 모두 PK(부산·경남) 출신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인사탕평책을 써야하는데 부족함이 많았다"고도 했다.
작심하지 않고서는 박 대통령을 겨냥해 이러한 발언을 할 수 없다.
최근 "김기춘 실장과 핵심 측근 몇 명이서 국정을 농단한다", "여당 내 친박 몇 명이서 말아 먹는다"며 박 대통령과 핵심 4인방, 김기춘 실장, 그리고 당 지도부의 친박계 의원들을 싸잡아 비판을 한 적이 있다.
그런 김무성 의원이기에 "박 대통령이 독선에 빠질 기미가 있다"는 발언은 그의 속마음에 가깝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사진=황진환 기자)
그는 "할 말은 하겠으며 나라도 그렇게 언행하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는 성공하지 못한다"며 "박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면 나의 정치적 미래도 없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곤 한다.
김 의원이 대통령을 겨냥해 정면 비판을 하자 새누리당 내에서는 '할 말을 했다, 시원하다' 등의 격려성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하기도 했다.
김무성 의원의 대통령 직공은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7.14 전당대회에서의 30%에 해당하는 대국민 여론조사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경쟁자인 서청원 의원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당권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요구한 이후 조금씩 치고 올라오는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도 보인다.
일부 정치학자들이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김무성 의원이 작심을 한 것 같다"며 "뭔가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이틀 만에 공격의 강도를 한결 누그러뜨렸다.
박 대통령을 향해 그렇게 날을 세웠던 김무성 의원이 29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너무 앞서나갔다"며 "강연 시간 채우려다보니 할 말이 없어…"라며 한발 물러섰다.
김 의원은 "7·30 재보선은 박근혜 정부가 힘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를 좌우하는 선거인만큼 재보선에 올인하겠다"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강조했다.
자신의 정치적 관점과 판단에서 발언을 한 것인데 '너무 심했다', '당원과 대의원 표를 의식해야 한다'는 측근, 참모들의 의견이 나오자 후퇴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특히 당권을 놓고 친박의 좌장인 서청원 의원과 경쟁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 경쟁자인 서 의원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고,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강한 대의원과 당원들의 이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서청원 의원은 29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김무성 의원이 대통령의 독선 발언을 해놓고 대통령을 지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대권 욕심이 있는 사람이 대표가 되면 대통령과 어깨동무를 할 수 없다"고 정면 비판했다.
서 의원은 '의리의 서청원'을 강조하며 박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김무성 의원 발언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의 절대적인 지지자들인 대구·경북·경남과 6,70대 선거인단의 친박 성향표를 의식해 꼬리를 내린 것이다.
김 의원측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강한 어르신들과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보수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선거인단 20만 명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선거인단만 2만 명에 달할 정도로 대구·경북(TK) 지역의 당심(선거인단 2만 1천명-10분의 1)이 아주 중요하다.
김무성 의원은 민심을 따르자니 당심이 울고, 당심을 따르자니 민심을 잠시나마 모른 척해야 하는 정치 상황에 처해 있다.
"대통령의 독선" 발언이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면 "너무 나갔다"는 후회성 발언은 당심을 여전히 중요시 한다는 그의 이중성을 내보인 것이다.
적절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게, 차기를 도모하는 그에겐 정치적 운명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