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두 차례의 총리 인사 실패에 대해 '내 탓'이라는 말 대신 '청문회 탓', '신상털기 탓', '가족의 반대 탓'이라고 했다.
좀처럼 사과를 모르는 대통령인지, 아니면 두 번의 총리 인사 참사에도 자신과 청와대의 잘못은 없다는 것인지, 인사 실패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반성이나 사과, 유감은 커녕, "검증 기준을 통과할 사람 찾기가 어려웠다"라거나, "신상털기식, 여론 재판이 반복돼서 많은 분이 고사하거나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인사 청문회 제도 탓으로 돌렸다.
인사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이런 평가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신상털기를 하면 '먼지 나지 않은 사람 없고', 창조주 눈에는 '우리 모두가 도긴개긴(도토리 키 재기)'으로 보일 것이다.
그럴지라도 결과는 인사 참사였고, 이번에 새로 지명된 장관 후보자들도 한결같이 흠집투성이인 인사들이다.
인사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 등이 공명정대하게, 사심과 편견이 없이 총리감을 찾았느냐를 가슴에 손을 얹고 되새겨본 뒤에, '제도 탓', '여론 재판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제도만이 문제인지 총리직을 제의받은 두 명에게 물었다.
한 장관 출신 인사는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발표 나기 수일 전, 김기춘 실장으로부터 총리직 제안을 받고 이틀 동안 말미를 달라고 한 뒤 국무총리로 갔을 때 뭘 할 수 있는가를 총리실과 안행부, 국정원 등 여기저기에 알아봤더니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더라. 권한이 전혀 없더라. '얼굴마담'에 지나지 않은 것 같아 고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권력을 틀어쥐고 국무총리에게 권한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 많더라"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총리의 역할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이해찬 총리와 자주 식사를 하며 국사를 논의해 장관들도 총리의 의중을 살폈으며 총리에게 잘못 보이면 잘린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바로 이게 책임총리가 아닌가 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책임총리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인사는 "집(부인)에서도 장관을 했으면 됐지, 무슨 총리냐며 반대를 했지만 부인이 싫어하는 것과는 별개로 얼굴마담용 총리를 할 이유가 없어 이틀이 지난 뒤 김 실장에게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김기춘 실장이 나를 보자고 해 만났을 때 총리직을 제의하길래 '제가 무슨 총리'냐고 되물었더니, 나(김 실장)도 이 자리를 하고 싶어 하는 줄 아느냐"며 "누군가는 대통령을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고도 말했다.
총리직을 제의 받았으나 일언지하에 거절한 또 다른 인사도 "이런저런 분위기로 볼 때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해 수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 (사진=박종민 기자)
그는 "안대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바로 직후 청와대로부터 총리직을 맡아줬으면 한다는 연락을 해왔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대희 총리 후보자 때도 법조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많았는데 나 역시 법조인인 만큼 '법피아'라는 비판을 듣기도, 청문회도 나서기 싫었고, 총리 역할이 없는 것 같아 할 이유가 없었다"고 강조했다.{RELNEWS:right}
총리직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한 또 다른 인사의 한 친구는 "내 친구에게도 제안이 왔으나 거절한 것으로 안다"며 "그 친구 역시 총리직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청와대의 인사검증 동의 요청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여러 명이 청와대의 총리직 제안을 거절할 정도로 '일인지하만인지상'의 자리인 국무총리직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추락하게 됐을까?
과연 신상털기식 청문회 때문만일까?
위에 소개한 전직 장관은 분명히 말했다.
"권한이 없는 얼굴마담용 국무총리는 싫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