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황진환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마지막 도피 장소로 지목된 별장 인근에서 발견되면서 경찰의 부실한 초동 대응에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5일 검찰과 경찰이 급습한 전남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에서 불과 2.5km 떨어진 곳에서 유병언 전 회장 시신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유 전 회장이 시신으로 발견된 시점은 지난달 12일.
당시 순천경찰서는 발견된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하고 이미 백골화가 진행돼 신원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신 발견 장소와 유 전 회장 도피 장소가 일치하고 시신과 함께 발견된 소지품도 유 전 회장으로 특정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경찰 대응이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 전 회장 시신 옆 가방 안쪽에는 '꿈 같은 사랑'이라는 문구가 발견됐다.
해당 문구는 유 전 회장이 1987년 복역할 때 쓴 책 제목으로, 구원파 신도라면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또, 열 개에 가까운 금니에다 이탈리아제 고가 점퍼와 운동화를 착용했고, 고급 만년필도 휴대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세모그룹 계열사가 생산한 '스쿠알렌' 빈 병도 발견됐지만, 경찰은 이마저도 주목하지 못했다.
당시 순천경찰서는 발견된 시신을 무연고 변사자 처리했고, 신원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단순 DNA 분석을 의뢰했을 뿐이다.
검찰이 유 전 회장 신상과 관련한 정보를 경찰과 공유하지 않았던 탓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21일 밤늦게야 '해당 시신 DNA가 유 전 회장 것으로 보인다'는 국과연 분석 결과를 통보받고 이성한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허둥지둥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지난주 서울지방경찰청은 유 전 회장 흔적을 찾기 위해 삼성동과 역삼동 등 구원파 밀집 거주 지역 CCTV를 모두 분석하고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탐문하기도 했다.
또, 경기도 하남과 분당 등 구원파 신자 소유 아파트 가운데 수도 요금이 급등한 곳을 골라 급습하기도 하고, 아파트 경비원 80여 명을 대상으로 신고망을 구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 시신이 전남 순천에서 발견됨에 따라 경찰의 이 모든 노력은 결국 '헛수고' 내지 '헛다리'로 드러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