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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선임들 착하다"는 윤 일병 '거짓말'… 왜?

    군인권센터, 군 수사당국 사건 축소·은폐 의혹 추가 제기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센터 회의실에서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관련 긴급 2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윤 일병은 가해자들의 구타에 의해 심정지 이전 이미 의식을 소실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대한 근거로 "윤 일병이 연천군보건의료원 내원 당시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 즉 의학적으로 DOA라고 불리는 사망 상태였다"고 말했다. 박종민기자

     

    ‘윤 일병 사망 사건’을 헌병대와 군검찰이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속옷 찢기와 카드 뺏기 등 가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도 더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의무대 환자, 가해 선임들 '말 맞추기' 들었는데…

    <군인권센터>는 7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윤 일병이 근무했던 의무대에 입실해 있던 환자의 증언 등 수사기록과 자신들이 입수한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사건 당일이던 지난 4월 6일 밤 윤 일병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 가해 선임인 이 모 병장이 ‘뇌사상태가 이어져서 이대로 윤 이병이 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 가슴에 든 멍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다가 생긴 것이라고 말을 맞추자’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군인권센터는 “이 발언은 사건을 은폐하고자 하는 의도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이 과실이 아닌 미필적 고의라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또, 군 당국이 같은 부대 병사로부터 윤 일병 집단 구타 사실을 제보받은 뒤에도 제대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부각했다.

    부대원인 김 모 상병이 가해 선임 중 한 명인 지 모 상병으로부터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지 상병이 “윤 일병이 이대로 안 깨어났으면 좋겠다.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나 이거 사실대로 말하면 이 병장에게 맞아 죽을 수 있다”고 했다는 대목이다.

    김 상병은 이를 포대장인 김 모 중위에게 전했지만, 김 중위는 9시간 뒤인 다음날 오전에야 지휘통제실에 보고했다.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이 국군양주병원에 이송된 뒤 군의관이 타박상흔을 보고 동행한 간부에게 '구타 가혹행위가 있었냐'고 묻자 '아니다'는 대답이 나왔다'는 제보도 접수됐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대답을 한 사람이 가해자라면 범죄 은닉 행위가 될 수 있는데도 헌병대와 군검찰은 이토록 중대한 사안에 대해 언급조차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윤 일병 유족들이 의무대에 입실해 있던 환자 접촉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묵살만 당했다고 군인권센터는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28사단과 6군단 헌병대, 검찰관은 가해자와 목격자 진술에서 밝혀진 것조차 보강 수사하지 않았다”면서 “모든 수사 관계자를 보직해임하고 직무유기 혐의를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현장검증 (출처 = 육군)

     

    ◈ 가해 선임 “학창시절 자주 싸웠다” 기록됐는데도…

    군 당국이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군인권센터는 언급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가해 선임 이 모 병장의 2012년 9월 복무적합도 검사 결과표를 보면 이 병장은 학창시절 비행경험란에 ‘주위 사람들은 내가 군대에서 사고를 칠까 봐 걱정한다’. ‘법적인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으며 학창시절 반이나 동아리에서 싸움을 자주 일으켰다’고 답변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지난해 1월 적성적응도 검사표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화나 분노감을 조절하지 못하고 공격적이거나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내적 우울감과 좌절감이 상승해 있고 군 생활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태도를 보인다’, ‘사소한 자극에 대해서도 불쑥 화를 표출하거나 폭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어 병사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충동적인 행동에 유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병장의 기록만 주의 깊게 보고 관리 감독을 제대로 했다면 윤 일병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군인권센터의 주장이다.

    사망한 윤 일병의 병영생활기록부

     

    ◈ "선임들 착하다"는 윤 일병 '거짓말'… 왜?

    윤 일병 면담기록에 집단 폭행에 대한 단서가 전혀 담겨있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포대장의 윤 일병 3월 면담 기록에는 ‘현재 잘 적응 실시 중에 있으며, 선임들이 착하고 잘 챙겨줘서 아픈 곳도 힘든 것도 없이 임무 수행 중이라고 함’이라고 기록돼 있다.

    나흘 뒤 면담에서도 ‘구타 가혹행위와 내부 부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함’이라고 적혀있다.

    군인권센터는 “지휘관들은 윤 일병의 무언의 호소를 듣지 못했다”면서 “지휘관들이 의지가 없었거나 윤 일병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속옷 찢고, 카드 뺏고…선임들 가혹행위 더 드러나

    군인권센터가 추가로 입수해 발표한 군 수사기록에는 기존에 알려진 것 외에도 윤 일병에 대한 선임병들의 가혹행위가 더 담겨 있다.

    특히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가해자 이 병장 등은 윤 일병 속옷을 강제로 찢고, 갈아입게 하기를 반복했다.

    {RELNEWS:right}안티푸라민을 성기에 바르도록 한 날 자행된 1차 성추행으로 보이지만, 군 당국은 강제추행 혐의로 공소장을 뒤늦게 변경해 놓고도 이 부분은 넣지 않았다.

    군인권센터는 또 가해 선임들이 윤 일병의 신용카드인 ‘나라사랑카드’를 가져간 사실에 대해서도 군검찰이 절도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병장이 병사들이 모두 보는 자리에서 “너 앞으로 잘못하면 신용카드 쓴다, 맞지?”라고 말하자 윤 일병은 “예”라고 답을 했는데, 자발적인 협조를 가장한 절도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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