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화백이 8일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작품에서 박 대통령을 닭 모양으로 바꾸는 수정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광주CBS 조기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홍성담 작가의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작품 '세월오월' 전시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대통령 풍자 그림조차 전시하지 못하는 광주시가 '과연 문화수도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형을 허수아비로 풍자해 논란이 됐던 홍성담 화백의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출품작에 대해 광주비엔날레재단과 광주시립미술관이 8일 전시 유보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홍 화백의 작품 '세월오월'의 광주비엔날레 전시는 사실상 무산됐다고 봐야 한다.
광주비엔날레와 시립미술관이 큐레이터 간 의견 조율이 안 돼 작품 설치를 유보했다고 밝혔지만, 작품 전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홍성담 화백의 걸개그림 '세월오월' 게시 여부와 관련한 회의를 7일과 8일 이틀 동안 개최했지만 큐레이터 간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작품 설치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홍 화백이 세월호의 참사를 형상화하기 위해 가로 10.5m × 세로 2.5m로 그린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광주시립미술관 전시는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작품 전시가 유보되자 '세월오월' 제작에 참여한 화가들과 시민들은 8일 오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개막식이 열린 광주시립미술관 앞에서 작품을 리프린팅한 작품을 입구에 전시하며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홍성담 화백은 이날 오전 광주시 동구 인쇄의 거리에 있는 '메이 홀(May Hall)'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정신전 출품작인 '세월오월'의 일부 내용을 수정해 작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홍성담 화백과 동료 화가들이 8일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작품을 수정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 광주CBS 조기선 기자)
홍 화백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듯이 허수아비로 묘사된 박 대통령을 닭 모습으로 바꾸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자에 있는 계급장도 꽃 모양으로 가리는 방식으로 작품을 수정했다.
하지만 비엔날레 측은 "'세월오월' 작품 중에서 문제가 된 부분을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로 수정한 것은 진정한 의미의 수정으로 볼 수 없다"며 전시 유보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이에 대해 홍 화백은 "광주시가 요구한대로 작품을 수정했고, 오브제의 의미로 고친 그림을 원작에 붙였는데도, 작품 설치를 불허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홍 화백은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가 시 예산이 투입된 행사라는 이유로 작품을 사전검열하고 전시를 불허하는 것은 예술가들의 영혼을 멍들게 하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홍 화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광주시 오형국 행정부시장이 광주비엔날레 담당 큐레이터를 통해 작품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며 수 차례 압력을 가했다"며 오 부시장의 공개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오 부시장은 "광주시의 보조금을 받는 광주비엔날레에서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작품 수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작품을 전시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시도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작품 내용 일부가 광주비엔날레에서 제시한 사업계획의 목적 및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걸개 그림을 공공청사인 시립미술관에 전시하는 것이나 외벽에 게시하는 일체의 행위를 불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NEWS:right}
이에 대해 민족미술인협회 광주지회 김화순 화백은 "홍 화백의 '세월 오월'은 정치를 풍자한 작품으로 시민들에게 평가받아야 한다"며 "행정기관인 광주시가 작품 수정이나 전시 불가 운운하며 작품에 개입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지역 미술계 관계자도 "이 정도의 정치 패러디를 한 작품조차 전시하지 못하게 하면서 무슨 '광주정신'을 논하고 '문화수도'를 논하는지 모르겠다"며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 재단을 싸잡아 비난했다.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대통령 풍자 작품에 대해 작품 수정 압력을 가하고, 여론과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전시 유보 결정을 내린 광주시가 과연 문화수도를 지향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스럽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