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여론에 대한 반응은 느린 편이다.
어떤 사안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았을 때, 물론 그 것이 신중하게 고려된 정치적 행위였겠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비판을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됐을 때, 올 상반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사건 때 침묵에 침묵을 거듭하다 여론에 밀려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국정의 총책임자로서 유가족들과 국민들에 대한 사과를 미루다가 국무위원들이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사과했다가 착석사과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미 게임이 끝났던 문창극 총리 후보자와 관련해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나 문 후보자의 사퇴 표명이 늦어지면서 국민들이 답답함에 가슴을 쳐야 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여야의 협상안이 두 차례나 유족들에 의해 거부됨으로써 새정치민주연합은 동력을 잃었고, 야당의 카운터 파트인 새누리당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여야는 물론 세월호 유가족들 사이에서도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세월호 유가족들.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40일의 단식 끝에 병원에 입원했지만 그 곳에서도 본격적인 치료를 거부하며 세월호 특별법 통과와 박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세월호 유가족들도 청와대 근처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며 박 대통령 면담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의 단식과 대통령 면담 요구가 고립된 섬에서 이뤄진다면 별개의 문제지만 광화문 한복판에서, 청와대 바로 앞에서 이뤄짐으로써 언론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지난 22일 병원에 실려간 김영오 씨를 박 대통령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청와대에 공을 넘겼다.
23일 끝난 새누리당 연찬회에서도 친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여당의 양보와 박 대통령의 세월호 유족 면담 필요성이 제기됐다.
시중의 여론도 좋은 편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세월호 유족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인 반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은 나몰라라 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했던 약속도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청와대의 입장에는 변화의 조짐이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특별법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