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파워, '신의 손'과 교황이 한데 뭉쳤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1일(현지시간) 모국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난 감격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며 예의 '입담'을 과시했다.
마라도나는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세계 평화를 위한 범 종교 축구경기에 앞서 참가 선수들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20세기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 잉글랜드전에서 손으로 공을 쳐 선제골을 뽑은 뒤 "나의 머리와 신의 손이 만든 골"이라고 언급, '신의 손'이란 별명을 얻었다.
마라도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라도나를 훨씬 능가하시는 분"이라며 "교황은 진짜 걸출한 스타"라고도 했다.
그는 "나는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마땅히 해야할 도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교회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면서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라면 이제는 다른 문제이다"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수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챔피언과 감독들이 종교를 초월해 스포츠 경기로 형재애와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이자는 취지에 따라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오늘 경기는 자선기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축구나 스포츠가 고취하는 보편적 가치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며 "그 가치는 서로에 대한 충실함, 나눔, 환영, 대화, 믿음과 같은 것이며 이는 인종과 문화, 종교적 신앙을 초월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경기장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경기 직전 대형 스크린에 상영된 영상메시지를 통해 축구를 통한 화합을 강조했다.
이날 저녁 펼쳐진 경기에서는 마라도나를 비롯해 로베르토 바조,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잔루이지 부폰(이상 이탈리아), 카를로스 발데라마(콜롬비아), 디에고 시메오네(아르헨티나), 안드리 셰브첸코(우크라이나) 등 축구사를 빛낸 전현직 스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파올로 말디니와 안드레아 피를로(이탈리아), 사뮈엘 에토오(카메룬) 등도 참석했지만 경기를 뛰지는 않고 벤치를 지켰다.
다만 현역 최고 선수로 교황의 모국 아르헨티나 출신이기도 한 리오넬 메시는 전날 소속팀의 정규리그 경기에서 부상, 이날 친선경기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올해로 54세인 마라도나는 스타팅 멤버 명단에도 없었지만 교황의 교육재단 이름을 딴 '스콜라스'팀 소속으로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하는 열정을 과시했다. 전반에는 같은팀 바조의 골을 어시스트해 팀의 2-0 리드를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상대 '푸피'팀의 셰프첸코와 마우로 이카르디 등이 골폭풍을 이어가면서 이날 경기는 푸피팀의 6-3 승리로 끝났다.
가톨릭과 개신교, 불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참가한 이날 경기는 '축구광'인 교황과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하비에르 사네티의 제안으로 성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