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호흡기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해 의료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8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동부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켄터키, 중부 미주리·일리노이·아이오와·캔자스·오클라호마, 중서부 콜로라도주 등 10개 주에서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원을 찾는 아동 환자가 늘고 있다.
엔테로바이러스 'EV-D68'로 명명된 이 바이러스는 심한 기침과 함께 오한, 고열, 호흡 곤란을 동반한다. 엔테로바이러스는 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널리 알려졌다.
EV-D68에 감염된 중증 환자는 병원에 입원해 산소호흡기에 의존한다.
미국에서 이 바이러스의 감염 보고건수는 발견 시점인 1960년대 이래 100건에 채 못 미쳤지만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바이러스 질환 전문가인 마크 필랜시는 "지금껏 드러난 감염 보고 건과 증상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사태가 악화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 전염병을 퇴치할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특별한 치료 방법도 없다.
미주리주와 캔자스주에서는 하루 평균 30명의 어린이가 이 바이러스로 병원을 찾고 이 중 15%가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캔자스주 어린이 자선병원에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동 환자 475명을 돌본 메리 앤 잭슨 박사는 "소아과 전문의 30년 경력에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개학과 동시에 바이러스가 널리 퍼진 것 같다"며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환자들의 방문이 정점을 찍었다"고 덧붙였다.
콜로라도주 덴버의 한 아동병원도 개학 시점인 8월 18일 이후 이 증상을 보인 어린이 900명을 넘게 치료했다.
로키마운틴 아동병원의 라주 메예팬 박사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겨울에 더욱 바빠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전염병 확산을 막도록 물에서 20초가량 비누로 깨끗이 손을 씻으라고 권유했다.
또 씻지 않은 손을 눈, 코, 입에 대는 것을 삼가고 뽀뽀·포옹하기, 환자와 컵 공유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