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1심 판결이 내려졌지만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은 유죄,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로 선고했다.
정치개입은 했지만 불법 선거운동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국가정보원법 위반 이유로 국가정보원이 사이버 활동을 통해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고, 정부의 정책기조에 반대하는 야당과 야당 정치인들을 반대․비판하는 활동을 해 정치에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국정원 심리전단의 불법 댓글에 대해 “국정원 직원이라는 신분을 감추고 일반국민으로 가장해 인터넷 상에 글을 올리며 반대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비방 글을 올린 것은 그 자체로 국민의 건전한 여론 조성에 몰래 개입한 것”이라며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실을 인정했다.
또 "특정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직접 개입한 것은 어떤 명분을 들더라도 허용될 수 없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것으로 죄책이 무겁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사이버 활동이 선거 이전부터 꾸준히 이뤄져왔고 비록 선거에 영향을 주었다 할지라도 계획성과 능동성 목적성을 입증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불법적으로 정치에 관여했지만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판단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납득하기 힘든 정치적인 판결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또다시 국정원 선거개입과 관련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이 사안이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고심도 깊었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국민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고 정치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판결은 법원의 독립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측이나 피고인측 모두 항소할 뜻을 밝혀 앞으로도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법리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과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법원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법의 정의를 지킨다는 소신을 갖고 이번 사건 재판에 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