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증대세제로 부자감세 논란을 부른 정부가 이번에는 담배세 인상으로 서민증세 논란에 휩싸였다. 현 정부의 세금 정책이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한달 전 세제개편안...주식부자도 감세 혜택
지난달 6일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통해 ‘배당소득 증대세제’를 내년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시행되면 고배당 기업의 주식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원천징수세율이 14%에서 9%로 인하된다. 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받는 고소득자의 경우도 25%의 분리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소액주주주의 경우 원천징수 세부담이 36% 줄어들고, 대주주도 세부담이 20% 가량 덜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는 기업의 배당성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곧바로 주식부자에 대한 감세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리고 한달 뒤인 지난 11일 정부는,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담뱃값이 정부 계획대로 인상되면,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은 현재 1,550원에서 3,318원으로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이번에 담뱃값에 개별소비세까지 신설하기로 하면서, 담배에 붙는 세목은 더욱 많아졌다. 물가 연동에 따라 담뱃값이 오를수록 종가세인 개별소비세도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 담뱃값 인상에 주민세 인상...서민 주머니만 쥐어짜
이렇게 되면 소득수준이 낮은 흡연자일수록 상대적으로 세금부담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을 매기는 이른바, 역진성이 발생하는 것이다. 때문에 ‘서민증세’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김영근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담뱃값 인상을 “증세 꼼수”라며 “최저임금 저소득층의 경우 연소득의 10%를 담배소비세로 부담시키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2일 주민세 인상 계획까지 내놨다. (균등할) 주민세의 경우는 소득에 관계없이 일률 부과되는 것이어서 저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 결국 소득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할 세금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담배세만 인상할 것이 아니라 고소득자나 대기업에 편중된 세제혜택을 덜어내, 우리 사회의 과세공평성을 좀 더 높여나가는 그런 세제개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조세체계가 이대로 가면 50년 뒤에는 한국이 세계에서 3번째로 소득불균형이 심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증세의 필요성을 국민 앞에 고백하고, 소득 재분배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조세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