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4박 7일간의 캐나다 국빈방문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미국 뉴욕 방문을 마치고 26일 오전 귀국했다.
하지만 뉴욕에서의 마지막 일정인 뉴욕 소재 주요 연구기관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사전 배포한 자료대로 연설하지 않아 그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을 동행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에게 행사 시작 3시간 전에 배포한 자료에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한국이 중국에 경도됐다는 우려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중국 경도론'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전제로 한중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며 중국도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선 한국이 중국에 경도됐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한미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라고 생각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위안부 문제는 "과거사의 핵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있고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자 보편적 인권에 관련된 사안"이라면서 "내년이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양국이 보다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해가기를 희망하며 이를 위해서는 과거사의 상처에 대한 치유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간담회에서는 이런 내용들을 말하지 않았다며 사전 배포된 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청와대가 간담회 직후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중국 경도론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뺀 채 "국제적으로 여러 도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동북아 정세의 유동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북핵문제 등 도전 과제에 대해 창의적인 대응과 다원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박 대통령이 '중국 경도론'을 연설에서 뺀 것은 중국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고 갈등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을 편드는 듯한 발언이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내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한일양국이 관계정상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 앞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일본을 명시하지 않은 채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다"라면서 일본의 책임있는 조치를 우회적으로 촉구했을 뿐이다.
박 대통령이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 당사국이나 관련국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RELNEWS:right}그러나 준비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자료 따로 연설 따로'의 혼선을 보인 것은 집권 1년 6개월을 넘긴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내치보다는 외치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왔지만 외교관계에서의 높은 점수가 치밀하게 준비된 실리외교 때문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박 대통령을 부각시킨데 따른 이미지 외교의 결과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