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서부 게레로 주(州) 이괄라 시(市)에서 불에 타 훼손된 시신이 집단으로 매장된 구덩이 6개가 발견됐다.
특히 열흘 전 시골지역 교사의 부당한 차별대우를 개선할 것을 주장하면서 이 도시에서 시위를 벌이던 교육대 학생 43명이 열흘 가까이 행방불명돼 이 구덩이에 묻혔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게레로 주 수사당국은 "신원을 확인 중이지만 아직 정확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발표했다고 밀레니오 등 현지 신문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검찰은 실종된 학생들의 친인척들로부터 유전자를 받아 신원 확인을 하기로 했으나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확인이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수사당국이 구덩이 속의 시신이 몇 구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은 가운데 라사로 마손 게레로주 보건장관은 최소 21구의 시신이 발굴됐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시신은 4일 이괄라 외곽의 한 언덕에서 발견됐다.
앞서 학생들은 지난달 26일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이 발포하자 뿔뿔이 흩어졌다.
경찰의 진압을 피해 버스에 타고 도망가는 학생들이 버스를 탈취한 것으로 판단한 경찰이 사격을 가해 학생 3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했다.
이어 수 시간 뒤 복면을 한 괴한들이 시위 현장에 나타나 지나가는 버스와 택시 등에 총격을 가해 승객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위대가 해산한 뒤 학생 50여 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아 경찰과 군이 탐문과 수색을 벌인 결과 10여 명은 학교와 집으로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나머지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이 현장에서 학생들을 잡아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일부 시위 참가자의 증언도 나오고 있으나 경찰은 체포한 학생이 없다고 밝혔다.
이 일대는 살인과 납치를 일삼는 마약조직 간 치열한 이권 다툼을 벌이는 곳이어서 외곽으로 피신한 학생들이 마약조직에 납치돼 살해됐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에게 발포한 것과 관련해 진압에 참가한 경관 20여명과 일부 마약조직원들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괴한들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한 것으로 미뤄 마약조직이 지역의 경찰과 결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시신을 매장한 구덩이가 발견됨으로써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게레로주에서는 지난 2월 경관 제복을 입은 남녀 12구의 시신이 매장된 구덩이가 발견되는 등 올해에만 30구가 넘는 시신이 구덩이 속에서 발견됐다.
게레로주를 포함한 미초아칸주, 할리스코주 등 마약카르텔이 활동하는 멕시코 일부 지역에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도록 훼손한 시신을 수십 구씩 집단으로 매장한 구덩이가 자주 발견된다.
멕시코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전례를 보기 드문 집단 학살극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당국에 신원 확인 등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