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총재 자료사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로 다시 내렸다. 이로써 기준금리가 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적용됐던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내수 부진과 저물가, 엔화가치 하락 등 안팎으로 경제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3.5%, 내년에는 3.9%로 낮춰 잡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올해 1.4%, 내년 2.4%로 하향 조정했다. 생각만큼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내리기로 한 것은 그만큼 지금의 경제 상황이 절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금리인하 마저도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의해 몰아붙이기 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고, 금리를 조정할 때 2~3개월 전에 미리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말을 했지만 공염불이 되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취임 이후 경기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고, 모든 정책 역량을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공공연히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결국 관철했다. 금리인하는 기업의 이자비용을 줄이고, 투자의욕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갈지는 의문이다. 이미 국내 10대그룹에는 사내유보금이 무려 516조원이나 쌓여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돈을 풀지 않는 것은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서이고, 금리가 더 내려간다고 해서 이게 투자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더 큰 문제는 금리인하가 가계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리인하는 주택대출 금리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가계부채 규모는 1,040조원을 넘어서 심각한 상태이다. 이런 마당에 돈을 풀어 집사기를 권유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가계에 시한폭탄을 안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전세가격이 집값의 70%에 이르는 기현상은 향후 집값 전망이 결코 밝지 않음을 의미하고, 과거의 부동산 경기로 돌아가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얽매여 금리정책을 잘못 쓸 경우 그 부담은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최경환 경제팀과 한국은행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며 보완책을 마련하고 부작용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은행이 정부의 독주에 끌려 다니며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은 경제를 왜곡하고 한은의 독립성을 해치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