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소송에서 이겼어야 마땅
- 평가원, 허물 가리려 한 것 아닌가
- 평가원이 로펌 고용한 돈도 결국 세금
- 오류 인정하고 사과 또는 해명했어야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10월 17일 (금)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000 (수능출제 검토교사)
◇ 정관용> 출제 오류 논란에 휩싸였었던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에 세계지리 8번 문항, 근 1년이 지나서 고등법원에서 ‘출제 오류다’라고 하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대학입시 오류가 벌써 네 번째인데요. 대책 마련이 시급하죠. 수능모의평가 검토 작업에 참여하셨던 현직 교사 한 분을 연결하겠습니다. 성함은 밝히지 않겠다고 하셔서요. 선생님, 나와 계시죠?
◆ 000> 네.
◇ 정관용> 이번이 그런데 공식적으로 네 번째 출제 오류라고요?
◆ 000> 네, 2004년, 2008년, 2010학년도에 한 번씩 있었고 이번 네 번째로 나오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2004년, 2008년, 2010년 이때도 다 법원까지 가서 그렇게 됐던 겁니까? 아니면 평가원이나 아니면 교육부가 그냥 인정했던 겁니까?
◆ 000> 인정했던 부분도 있었고요. 대체적으로 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의신청이 제기가 됐고요. 그 과정에서 인정한 부분도 있고 기각된 부분도 있는데 뉴스에도 오류로 밝혀진 부분은 거의 대부분 복수 정답으로 인정하거나 아니면 재판까지는 가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이번 건은 그런데 재판까지 가서 게다가 1심에서는 ‘출제 오류가 아니다’라는 판결이 내려졌다가, 고등법원에 가서 또 뒤집어지지 않았습니까?
◆ 000> 네.
◇ 정관용> 이 과정을 어떻게 보세요?
◆ 000> 사실은 작년도에 제기했던 소송이 당연히 이겼어야 될 건데, 한 해 동안 그냥 수험생들만 고생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이 재판 과정에서 평가원 측에서 로펌을 고용해서 수험생들 입을 막았다라는 것 자체가 어떤 면에서는 이게 문제의 어떤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그 쪽에서 어떤 허물을 가리기 위해서 진행이 됐던 걸로 저는 생각이 되네요.
◇ 정관용> 그 문제, 저도 기억이 납니다마는 나프타하고 EU하고 무슨 교역량 차이,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 000> 네.
◇ 정관용> 그런데 엄연히 그 문제에 쓰여 있는 기준 연도에는, 분명히 출제된 데에서 답이 없는 것 아니에요?
◆ 000>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왜 1심에서조차도 또 평가원은 왜 계속 그게 출제 오류 아니라고 우기고 그랬을까요, 1심에서도 또 출제 오류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을까요?
◆ 000> 그러니까 모든 기준을 일단 교과서로 잡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으로 판단이 되고요. 그런데 이제 좀 말이 안 되는 게 평가원에서 냈었던 모의고사 문제들을 보면요. 어떤 모의고사 문제 같은 경우에는 답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오류 제기가 아마 게시판을 통해서 떴던 것으로 제가 기억을 하는데요. ‘교과서에는 비록 이렇게 나와 있지만 실제적인 데이터가 맞기 때문에 이것은 오류가 아니다’ 그런 식으로 제시한 게 있었거든요.
◇ 정관용> 맞아요, 네.
◆ 000>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에는 반대로 돼서 똑같은 오류에 대해서 다른 논리를 내세웠던 게 굉장히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선생님께서는 수능모의평가 검토 작업에 참여하신 걸로 아는데, 수능모의평가 검토 작업이라는 것, 이게 뭡니까?
◆ 000> 수능하고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데요. 평가원에서는 6월과 9월 그다음에 11월에 문제 출제를 하게 되고 6월과 9월은 모의평가를 출제합니다. 그 과정에서 보통 수능 기준으로 말씀을 드리면 한 달 전에 문제 출제진들이 먼저 들어가서 문제를 내고 그 문제 출제가 이루어진 다음에 1차 검토진이 들어와서 문제 난이도라든지 무슨 선택지의 타당성, 발문 같은 것들을 오류 수정을 해요, 타당성 같은 것들을. 그 상황에서, 그 단계에서 한 70, 80% 정도가 일단 수정되고 이제 1차 검토진들이 문제에 너무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거의 다 이걸 봐도 별로 이제 모르겠다, 그런 시점에서 재검토진이 들어가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 정관용> 아, 그래요?
◆ 000> 네. 그래서 보통 1, 2차 검수를 거치면서 대체적으로 오류를 다 잡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류가 나왔다는 것은 출제진하고 검토진들 간에 의견 상충이 좀 심했거나 아니면 그런 의견들을 모았을 때 ‘야, 이 문제 같은 경우에는...’ 검토진에서 의견이 들어오면 ‘아, 그 정도는 뭐 별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다’, 그런 식의 결정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그런 것 중에서 이번 케이스 같은 경우에는 잘 못 짚었거나 아니면 검토진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로 넘어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정관용> 이거는 딱 숫자의 문제인데, 뭐 검토진이 못 잡아낸 것 아닐까요?
◆ 000> 일단 그 기준 자체가요. 이 통계 자료가 매번 바뀌기 때문에 조심해야 될 게 아까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실제 통계하고 교과서 통계하고 다를 경우에는 반드시 진실을 반영해 주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덮고 넘어갈 수도 있고 그냥 지나갔을 수도 있다는 측면도 고려해 보셔야 될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런데 이게 또 한 번도 아니고 아까 말한 것처럼 2004년, 2008년, 2010년, 2014년이니까 10년 사이에 네 번이나 이런 오류가 벌어지고 그러면 수능 자체에 대한 공신력도 크게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좀 대책 없을까요?
◆ 000> 일단 검토 방식을 좀 바꾸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각 과목마다, 그냥 그 전공과목 내에서 진행되는 경우보다는 예를 들어서 검토진들이 문제에 대해서 검토하다가 정말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이 되면 거기에 대한 어떤 안이라든지 아니면 의견 같은 것들 작성해서 출제진들에게 그걸 바꿀 수 있도록 강제할 수 있는 기관 같은 것들을 평가원 내에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 정관용> 지금은 그런 것을 강제할 권한이 없나 보죠? 그냥 검토 의견만 내고 출제진은 자기가 알아서 그냥 결정하고?
◆ 000> 일단은 조정은 많이 되는데요. 검토진들 입장에서 끝까지 바꾸지 못하는 것도 있어요. 그런데 그게 이번 같이 큰 오류가 될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해지는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강제할 수 있는 기관 같은 것을 설치하자?
◆ 000> 네. 그런 방법도 있기는 있습니다.
◇ 정관용> 근본적인 그런 대책들도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되겠습니다마는 그나저나 이번에도 이미 시한도 다 지나서 소송 제기할 수 있는 시간도 다 지나버렸고 사실상 이번 문제 때문에 대입 당락이 결정된 학생들도 구제받을 길이 상당히 막막하다면서요,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 000> 사실은 이제 돌아다니는 얘기를 보면요. 불합격 취소라는 소송을 걸 수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학생들이. 그런데 이 불합격 취소라는 게 결국은 평가원에 거는 게 아니라 대학에다 거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가 중요하고 그다음에 이게 만약에 대학에서 임의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치게 되면 국가의 입장에서 특별법 같은 것들을 제정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 정관용> 그전에 교육부나 교육과정평가원이 좀 입장을 밝히고 나서야 되는 것 아닌가요?
◆ 000> 네, 기본적으로 일단 이번은 평가원 측의 명백한 오류고요. 그다음에 로펌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돈도 굉장히 많이 썼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사실 그게 전부 다 국민들의 세금이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000> 그러면 거기에 대해서 평가원이 오류를 인정했으면 깨끗이 인정한 다음에 사과 또는 해명을 하고 그다음에 교육부 내지는 평가원 차원에서 뭐 특별법을 제정하도록 건의를 해서 그게 통과가 되도록 만들어야 될 것 같고요. 그다음에 대학 측에서도 얘기를 해서 지금 현재 어떤 학생들은 예를 들어서 성적이 돼서 등급에 맞춰서 충분히 수시모집에 수능 최저 점수에 맞춰서 지원할 수 있었는데, 이게 3점짜리 문제이기 때문에 하나 틀리게 되면 등급이 내려가요, 이거는요.
◇ 정관용> 맞아요, 네.
◆ 000> 그래서 결국은 자격 요건에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이게 만약에 인정이 됐다면, 그런데 그게 조건이 안 돼서 재수를 하거나 다른 학교 그러니까 낮은 레벨 학교를 들어간 학생들도 있거든요. 이런 학생들에 대해서는 사실은 평가원 쪽에서 책임을 지고 다시 대학 측에 얘기를 해서 뭔가를 조치를 취해야 되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아무런 움직임이 아직 없습니다. 지켜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 000>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수능모의평가 검토 작업에 참여하셨던 현직 교사 한 분의 의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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